[소양강댐 역사] 1. 수몰지역 2만3000여 명 어디로 갔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소양강댐 역사] 1. 수몰지역 2만3000여 명 어디로 갔나?

    산업화로 물 수요 급증, 1973년 10월 완공
    완공 당시 동양 최대 사력댐, 저수량 29억t
    춘천학연구소, 수몰 지역 이주대책 자료 발굴
    상수도보호 구역 춘천, 경공업 단지 조성 배경

    • 입력 2021.08.20 00:02
    • 수정 2021.08.23 17:47
    • 기자명 배상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양강댐이 물을 방류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소양강댐이 물을 방류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소양강댐이 오는 2023년이면 준공 50주년을 맞는다. 소양강댐은 박정희 정권 시절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과 함께 추진한 3대 국책사업으로 1970년대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수몰 지역에 살고 있던 많은 이들에게는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아픔으로 기억된다. MS투데이는 춘천학연구소가 새롭게 발굴한 자료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양강댐의 역사와 의의, 댐 건설에 따른 이주대책 등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다. <편집자>

    소양강댐은 지난 1967년 4월 착공해, 6년 6개월이 지난 1973년 10월 완공됐다. 1960년대 말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용수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한강을 비롯한 4대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사업이 소양강댐 건설이다.

    당시 소양강댐은 건설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를 이용한 ‘중력식’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설계를 맡은 현대건설이 ‘사력식’을 주장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자갈과 흙으로 건설하는 사력댐이 폭탄 등의 충격에 강하다는 이유였다. 한국전쟁의 후유증이 영향을 미쳤다. 돈이 덜 든다는 주장도 근거가 됐다. 

    소양강댐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 물을 공급해야 했던 만큼 대규모로 건설됐다. 댐 높이는 123m, 만수위의 경우 198m, 제방 길이는 530m에 달한다. 총 가용 저수량은 29억t이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600번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총 공사비용은 318억7000만 원이 들었다. 지난 1967년 교육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완공 당시에는 아시아 최대 사력댐이었다. 현재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홍수가 나면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수문은 모두 9개가 설치됐다. 수문은 지난해까지 총 14차례 열렸다.

    소양강댐은 5억㎥의 홍수조절 능력을 갖춰 한강의 홍수를 예방했다. 또 12억㎥의 용수공급 능력도 갖췄다. 연간 353만㎾의 전기를 생산했다.

    ▶춘천 비롯해 3개 시‧군, 6개 면, 37개 리 수몰

    소양강댐이 들어서면서 수몰 지역이 생겼다.

    MS투데이 취재와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가 최근 국가기록원 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수자원개발과 용지보상’에 따르면, 당시 3개 시‧군, 6개 면(面), 37개 리(里)가 소양강댐 건설로 물에 잠겼다. 수몰 지역에 살던 사람은 총 2만3135명, 4017세대였다.

    발굴된 문건에 의하면 당시 정부는 이들의 이주대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본 이주원칙은 자유 이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정부가 이주지를 마련해 준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원칙은 댐 조성계획에 따라 수몰되는 지역주민부터 차례로 대책을 수립한다는 것이었다.

    이주대책 방안으로는 새로운 농지를 개발하고 공장을 조성해 이주민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농지와 공장은 1971년까지 완성해 이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이주대책의 시차를 줄이고자 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 수몰예정 지역 1471세대, 36.5% “공장 근로”

    정부는 지난 1967년 소양강댐을 착공하면서 이주대책 조사를 위해 강원도에 30만 원을 보조했다. 다음 해 4월 15일에는 경제기획원, 내무부, 상공부, 농림부, 보사부, 건설부, 강원도 등 관계기관이 참석해 이주대책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이어 5월 31일 수몰 지역 이주민을 대상으로 원하는 취업 방법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조사 결과, 춘천의 수몰예정 지역에 살던 1471세대 가운데 36.5%인 537세대가 정부가 강원도에 공장을 건설하면 그곳에서 일하겠다고 답했다. 보상금으로 강원도에 땅을 사서 농사를 짓겠다는 응답은 24.6%(363세대)로 뒤를 이었다.

    이어 ‘보상금을 받아 강원도 이외 지역으로 이주하겠다’ 15.2%(225세대)와 ‘보상금으로 건설되는 공장에 투자하겠다’ 10.5%(155세대), ‘보상금을 활용해 새로운 일을 하겠다’ 3.8%(57세대), ‘보상금을 밑천 삼아 장사하겠다’ 2.8%(42세대)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양구 수몰예정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 432세대 중에서도 ‘공장에 취직하겠다’라는 의견이 44.6%(193세대)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강원도에 땅을 사 농사를 짓겠다’ 26.3%(114세대), ‘보상금을 받아 다른 시‧도로 이주하겠다’ 14.3%(62세대)가 뒤를 이었다.

    수몰예정 지역 중 가장 많은 2114세대가 살고 있던 인제에서도 ‘공장에 취직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전체의 절반가량인 47%(995세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상금을 받아 다른 시‧도로 떠나겠다’ 28.6%(605세대), ‘강원도에 땅을 사 농사를 짓겠다’ 7.9%(169세대) 등 이었다.

    발굴된 자료를 종합해보면, 수몰예정지 전체 4017세대 중 42.9%(1725세대)가 공장 취직을 선택했다. 이어 22.2%(892세대)는 보상금을 받아 강원도를 떠나겠다고 했다. 또 16%(646세대)는 강원도에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자료를 발굴한 김헌 춘천학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에 살던 이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담은 문건 발굴은 이번에 최초”라면서 “상수도보호 구역으로 둘러싸인 춘천에 경공업 공단이 세워지게 된 배경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