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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라는 터널 안에서] 2. 들어주는 이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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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라는 터널 안에서] 2. 들어주는 이 없는 이야기
  •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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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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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부모님과 나의 아침 풍경은 사뭇 다르다. 부모님은 문 밖에 배달된 종이 신문을 가지러 가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나의 아침은 휴대폰으로 이메일 함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각기 다른 행동이지만,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목적만큼은 일치한다. 그저 부모님은 수 십 년째 같은 매체를 사용하고 있고, 나는 MZ세대의 또래들이 그렇듯, SNS, 유튜브 등을 거쳐 이젠 이메일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통해 뉴스 등 각종 소식을 받아 보고 있을 뿐이다.

뉴스레터는 이메일이라는 형식을 빌려오는 그 특성 상, 종이 신문처럼 많은 내용을 담을 순 없다. 하지만 시사, 정치 및 문화 등 갖가지 이슈를 짧은 형식 안에 담아야 하기에,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UX writing을 통해 주 타겟층인 MZ세대들을 공략한다. 대표적인 예로 30만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보유한 '뉴닉(NEWNEEK)'이라는 뉴스레터 서비스가 있다. 구독자 숫자에 있어 기성 언론지들에 비해 전체적인 인지도는 낮을지라도, MZ세대 사이에선 꽤나 선전하고 있다.

숏폼(short-form)이라고 불리는 이런 콘텐츠 서비스들의 성황 배경엔 다변화된 영상, 텍스트 등 각종 매체 콘텐츠의 범람이 있다. 하나의 콘텐츠에만 집중하기엔 시대가 제공하는 재미있는 서비스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시청해야 하며, 인스타그램과 뉴스레터도 주기적으로 체크해 세상의 흐름을 쫓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생계를 위한 직업까지 수행해야 하니, 하나의 콘텐츠에서 긴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여간해선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숏폼은 변화된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형태인 셈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형태의 매체들과 콘텐츠들에 정작 우리의 이야기는 없다. 이미 언급했듯, 숏폼은 그 형식의 제약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을 담을 수 없고 전국 단위로, 혹은 서울 중심으로 다뤄지는 이슈만으로 채워져, 자연스레 지역의 이야기는 배제되기 때문이다. 시대의 새로운 변화 안에서도 로컬, 지역의 자리는 이렇듯 찾아보기 힘들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뉴스레터와 같은 숏폼 형태의 콘텐츠들이 아닌 각 언론사 웹사이트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지역의 소식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누구보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이기에 타당한 이야기인 듯도 하다.

그러면, 주요 언론사들의 웹사이트를 확인해 보자. 대표적으로,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매체 별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한 ‘중앙일보’는 접속 첫 화면에서 보여준다. 이들이 지역의 이슈를 작게 여긴다는 것을. ‘경향신문’, ‘한겨레’ 등의 다른 언론사들이 첫 화면 카테고리 구성 안에 지역을 포함한 반면, ‘중앙일보’에서는 사회 섹션 안에 지역 카테고리가 있다. 그나마 지역 소식을 담은 기고들 또한 각종 칼럼에 밀려 첫 화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또한, 하위 카테고리로 분류한 ‘중앙일보’ 보다는 나을지언정, ‘지역’ 또는 ‘전국’으로 분류한 ‘한겨레’ 등 다른 언론사들도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을 별개의 것으로 타자화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도 정치이며, 지역의 문화도 문화다. 우리들의 이야기도 각 카테고리에 오롯하게 속해 대중의 관심을 받아 공공의 여론 안에서 존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언론 하나하나를 살피고 구독하기엔, MZ세대는 너무 바쁘다. 우리에게 그럴 여유가 있었다면, 애초에 숏폼을 위시하는 뉴스레터 서비스의 선전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그저 게으름에 대한 핑계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관심 있고, 열정 있는 사람들은 이미 지역 뉴스와 지역 언론지들을 다 살피고 있다고. 그저 내가 남 탓을, 구조 탓을 하고있는 거라고. 하지만 여론은 그런 개개인의 개별적 움직임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하버마스가 ‘공론장’ 개념을 통해 말했듯, 여론은 공중의 삶의 변화와 함께 그 모습을 계속 달리한다. 종이 신문 시대의 공론장이 디지털, 나아가 숏폼 시대의 공론장과 같을 순 없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의 공론장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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