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작가와 소상공인의 문화가교 박미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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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작가와 소상공인의 문화가교 박미경 씨

    • 입력 2021.05.16 00:01
    • 수정 2023.09.07 12:42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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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춘천에서는 유독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라는 질문이 자주 오간다. 이로 인해 타지가 고향인 사람에게 춘천시민은 유독 곁을 내주지 않는 이들로 인식되곤 한다.

    퇴계동에서 ‘흑마늘&홍삼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미경(55) 씨는 17년 전 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왔다. 춘천에 정착하고 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어느 학교 나왔어요?” “몇 학번이에요?”였다. 타지에서 온 그가 끼리끼리의 관계 속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지만 30분 이내의 문화 접근성이 뛰어난 이 도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면서 누구보다 춘천을 사랑하는 시민이 됐다.

     

    건강 전도사에서 문화가교가 된 박미경 씨. (사진=신초롱 기자)
    건강 전도사에서 문화가교가 된 박미경 씨. (사진=신초롱 기자)

    ■17년째 춘천 거주…건강 전도사로 활약

    박 씨는 가족을 간병하기 위해 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왔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틈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건강에도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잠을 잘 때도 양말을 신고 자야했을 정도로 손발이 찬 증상으로 고생했다.

    그러던 중 흑마늘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건강관리 식품 매장을 열어 자칭타칭 건강 전도사로 활동하며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강원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흑마늘 외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오늘까지 꼬박 10년이다. 꾸준히 먹고 직접 경험한 효능을 지인들에게 무수히 알리고 다녔지만 대수롭지 않게 취급받기 일쑤였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는 그를 보고 이제는 ‘다 안다’며 그만 오라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몸에 좋은 것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갤러리 동무’ 개관

    3년 전부터는 운영 중인 매장의 한 공간을 갤러리로 탈바꿈시켜 문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같은 처지에 놓인 소상공인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그림이나 연극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기에 다른 소상공인들도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박 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전시를 워낙 많이 보러 다녔던 덕분에 아는 작가가 많은 편이다. 작가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을 바람 쐬게 해주는 것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흔쾌히 승낙받은 덕분에 전시장을 꾸밀 수 있게 됐다.

     

    갤러리 동무에서 이재용 작가의 사진전 '치유의 바다'가 진행 중이다. (사진=신초롱 기자)
    갤러리 동무에서 이재용 작가의 사진전 '치유의 바다'가 진행 중이다. (사진=신초롱 기자)

    첫 전시는 춘천을 대표하는 이광택 화가의 초대전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이후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위해 기꺼이 공간을 할애하며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시민이 만든 문화공간 1호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재수 춘천시장까지 방문해 그를 격려했다.

    지난 6일부터는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이재용 작가(강원도민일보 부국장)의 개인사진전 ‘치유의 바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화공간 역에서 4월 한 달간 전시됐던 작품 중 13점을 감상할 수 있다.

    ■“춘천이 함께 잘 사는 행복한 도시 됐으면”

    박 씨는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이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들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밝히며 작가와 소상공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갤러리 운영 초창기에 “박 대표는 돈 많이 벌었나봐” “이제는 그림까지 팔려고 하는 거야?” 등의 얘기도 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왜 전시 안 해?”, “코로나니까 전시를 열어야지”라는 얘기를 듣는다며 기뻐했다. 그런 반응을 통해 “아, 그들도 그림을 보며 힐링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웃었다.

    박 씨는 가족의 병간호라는 임무가 끝난 지금, 원래 살던 서울로 돌아가도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말부부를 자처하면서까지 춘천에서 머물고 있는 것은 자녀들도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고 있고, 정든 지인들을 두고 떠나기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집고 들어갈 틈 없었던 그들만의 끼리끼리의 문화도 서로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박 씨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춘천이 함께 잘 사는 행복한 도시가 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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