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2. “육아 돕고 싶지만…” 인프라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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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특집] 2. “육아 돕고 싶지만…” 인프라 태부족

    기저귀교환대 설치된 남성 공중화장실 5곳 불과
    관리 주체 제각각, 설치의무 모르는 공공기관도
    춘천 수유실 2곳은 출입금지 “양육환경 개선해야”

    • 입력 2021.05.12 00:01
    • 수정 2021.05.14 06:26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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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에도 육아하는 남성이 늘고 있지만, 관련 편의시설은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을 극복하는 한편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가사 분담의 시작인 공동육아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S투데이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춘천지역 공중화장실 513곳 가운데 영유아용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된 남성 공중화장실은 춘천시청, 춘천시립도서관, 소양강 스카이워크, 삼천동 야외음악당 등 5곳(0.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공중화장실 중 38곳(7%)은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돼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된 여성 공중화장실도 48곳(9%)에 그쳤다.

    지난 2018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청사나 종합병원, 도서관 등의 남녀 공중화장실에 각각 1개 이상의 영유아용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춘천에서 육아하는 아빠들은 기저귀교환대가 없어 남성화장실 바닥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아이를 한 손으로 안은 채 엉덩이를 씻기고 간신히 기저귀를 입혀야만 한다고 불편을 토로한다.

    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 중인 박찬우(32)씨는 “아이들과 외출했다가 기저귀를 갈아야 할 상황이 오면 당황스럽다. 아이를 눕힐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차에서 기저귀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황민서(35)씨는 “기저귀 교환은 그나마 낫다. 아이가 대변을 본 경우엔 엉덩이를 씻겨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손을 씻는 화장실 세면대에서는 눈치가 보인다”면서 “육아하는 아빠를 위한 시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춘천시청 화장실 1층 공중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시청 화장실 1층 공중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남성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어린이용 대‧소변기 수도 태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전체 513곳 가운데 어린이용 소변기와 대변기가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각각 16곳, 13곳에 불과했다. 어린이용 대변기가 설치된 여성 공중화장실도 15곳에 그쳤다.

    ⬛공중화장실 관리 주체 제각각, 육아편의시설 설치 미온적

    문제는 공중화장실 관리 주체가 분산돼 있어 기저귀교환대 등 육아편의시설 설치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춘천지역 전체 공중화장실 가운데 춘천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곳은 94곳(18%)뿐이다. 나머지는 설치된 장소에 따라 관리기관이 다르다.

    예컨대 공용시설이지만 청소년도서관이나 종합복지관 등은 각 기관에서 예산을 마련해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해야 한다. 춘천지역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올해는 예산이 없어 힘들다. 내년에는 기저귀교환대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용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인지 몰랐다.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 후에 답변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하겠다며 조직을 개편하고 출산‧양육비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춘천시 청사에도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된 남성 공용화장실은 2곳뿐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법률안 개정 이전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에는 기저귀교환대 설치의무가 소급해서 적용되지 않는다”며 “민원인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1층과 청사 밖 열린화장실에 이미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했기 때문에 나머지 화장실에 추가로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춘천, 수유실 7곳 중 2곳 아빠 출입 안돼…"차별적 환경 개선해야"

    기저귀교환대가 공중화장실 이외의 장소에 설치된 경우 설치의무를 면제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수유실에 있어 남성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춘천 명동 지하상가에 설치된 수유실. 48개월 이상의 남성은 입장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명동 지하상가에 설치된 수유실. 48개월 이상의 남성은 입장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육아하는 아빠라도 남성은 들어와선 안 된다는 문구가 설치된 수유실이 전체의 36.9%에 달한다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춘천지역 역시 수유실 7곳 가운데 명동 지하상가와 춘천시보건소에 설치된 2곳은 남성은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육아하는 아빠 서두희(40)씨는 “아이에게 분유를 먹여야 해 가까운 수유실을 찾았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망설여졌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민 끝에 들어가도 엄마들의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유시설과 관련한 개선요구를 고려해 의견수렴을 거쳐 지침을 개정하고 있다. 내달 중으로 전국 보건소 등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수유실 내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아빠가 참여하는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을 위해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육아하는 아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불편함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공동육아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MS투데이와 통화에서 “차별적인 양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남성은 물론 여성까지도 여성 친화적인 육아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점을 그냥 넘겨선 변화하지 않는다. 육아하는 아빠들이 불편했던 경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상철‧조아서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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