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인터뷰] “문화 축구장 꿈꾼다”, 이영표 강원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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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피플' 인터뷰] “문화 축구장 꿈꾼다”, 이영표 강원FC 대표

    • 입력 2021.05.04 00:01
    • 수정 2023.09.07 12:42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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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10년 후의 강원FC 모습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행정가의 길을 택한 이영표(45) 대표는 임기 내 본인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단기적 변화를 고집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강원FC가 도내 18개 시·군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을 강조했다.

    강원FC 팬과 강원도민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이자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 중인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이영표 대표를 만나 강원FC의 미래와 그의 계획을 들어봤다.

     

    이영표 강원FC 대표가 지난달 29일 MS투데이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가 지난달 29일 MS투데이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Q. 강원FC 대표이사로서 활동한 지 4달이 지났다. 행정가로서의 요즘 활동은 어떤가.
    전력 강화, 수익 창출, 관중 수 증가 등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나둘씩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업무들과 2군 운영, 계획하고 있는 축구 아카데미 등이 맞물려 상당히 바쁘지만, 나에게는 모두 새로운 일이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Q. 2년의 임기 동안 어떤 업무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인가.
    강원FC 프런트 중 내가 가장 먼저 팀을 떠나게 되기에 단·장기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내가 구상하는 구단의 미래를 프런트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본인의 축구계 영향력과 높은 인지도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많은 강원FC 팬이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부담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강원FC와 비즈니스를 함께할 분들의 최종 결정은 나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 판가름 된다. 물론 많은 분이 저를 알고 있다는 점은 그동안 접촉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점이긴 하다.

    Q. 한국, 유럽, 미국, 중동 등 다양한 나라에서 선수로 활동했는데 이 경험들이 행정가 업무에 도움이 되는가.
    물론이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나 사고방식에 대해 잘 아는 상태다. 여기에 해외에서 활동하며 보고 배운 운영 방식,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을 접목하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쁜 점들은 버리고 좋은 점들은 계속 모아서 강원FC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Q. 강원FC 전용구장이 뜨거운 이슈인데 춘천, 강릉, 원주가 유력지로 꼽힌다. 그중 춘천은 근화동 하수처리장 일대를 내세우고 있다.
    전용구장의 조건으로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야 후에 도모하는 사업들의 성공 확률이 높다. 근화동 하수처리장 일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춘천에서는 캠프페이지가 전용구장 위치로 훨씬 더 적합하다. 이와 함께 원주는 댄싱공연장, 강릉은 종합운동장이 좋아 보인다. 유치를 희망하는 시·군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를 내세워야 한다. 우리는 조건에 부합한 최고의 장소를 선택할 예정이다.

     

    이영표 강원FC 대표가 지난달 29일 MS투데이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가 지난달 29일 MS투데이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Q. 대구FC의 DGB 대구은행파크가 접근성으로 성공한 좋은 선례라고 생각한다.
    대구FC는 2018년까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대구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외곽에 있는데 이때 평균 관중이 3000명 정도였으나 도심에 있는 DGB 대구은행파크로 2019년 홈구장을 옮기면서 평균관중이 1만명을 가뿐히 넘었고 많은 경기의 티켓이 매진됐다. 이거 하나만 봐도 경기장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강원FC 전용구장은 일주일 중 축구 경기가 열리는 하루 이틀만 북적이는 곳이 아니라 대형마트, 레스토랑, 컨벤션센터, 예식장, 기타 체육시설, 공유오피스 등이 있어 1년 365일 사람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Q. 강원FC의 평균관중은 3000명 안팎이다. 관중 수 증가는 이 대표에게 주어진 중요한 업무라고 여겨진다.
    스타선수가 있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1만명 이상의 관중이 모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스타선수가 없고 성적이 안 좋을 때도 강원FC를 응원하는 팬이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 18개 시·군에 축구 아카데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5~12살의 아이들이 강원FC 앰블렘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뛰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 축구 관련 유튜브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강원도에 거주하는 K리그 학생 팬에게 어느 구단을 좋아하는지 물었는데 FC서울이라 답했다. 당연히 자기가 태어난 지역의 스포츠팀을 응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을 누비던 꼬마 아이가 성인이 되고 어떠한 계기로 축구에 관심이 생긴다면 무조건 어렸을 적 그 추억을 떠올리며 강원FC 팬이 될 수밖에 없다. 강원FC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하면 10년, 20년 후에는 2만~3만명의 관중이 모이리라 예상한다.

    Q. 지난달 초에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전용구장과 관련해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말이 오갔는가.
    밝힐 수 없다. (웃음)

    Q. 마지막으로 축구인이자 강원FC 대표로서 10~15년 뒤 강원FC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있길 바라는지.
    재정이 튼튼해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우승을 다투는 팀이 됐으면 한다. 또 언제나 많은 팬이 구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문화적 삶을 즐기며 강원FC가 삶의 일부분처럼 여겨지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강원도의 18개 시·군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돼 팬과 강원도민이 강원FC를 자긍심과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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