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인터뷰] 18. ‘우아한 여행’ 박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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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인터뷰] 18. ‘우아한 여행’ 박미희 작가
  •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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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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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누구나 꿈꾸지만 선뜻 실현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한 달 살이를 목표로 어딘가 훌쩍 떠나는 청춘은 많지만 아줌마는 흔치 않다. 그래서 더 반갑다. 춘천에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직장을 모두 벗어던진 채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이가 있다. 약사, 숲해설가, 생태공예가, 대안학교 보건교사, 전인학교 주말사감 등의 이력을 보유한 박미희 작가가 주인공이다.

박 작가는 2016년 3월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2018년 2월 남해안을 끝으로 약 542일간의 여행을 마쳤다. 이 기간동안 그는 전국 시·군에서 최소 3일씩 머무르며 구석구석 담겨있는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만끽했다. 잊지 못할 순간들을 꾹꾹 눌러담은 에피소드가 ‘우아한 여행’에 담겨있다.

 

우리 아름다운 한국 여행이라는 의미를 가진 ‘우아한 여행’ (사진=신초롱 기자)
우리 아름다운 한국 여행이라는 의미를 가진 ‘우아한 여행’ (사진=신초롱 기자)

◇‘삶’을 찾기 위해 떠났던 약 542일간의 여행기

2004년 남편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낸 그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남편과 함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삶일까’ 궁금해졌다고 말하는 박 작가는 그 길로 세상 밖으로 나와 여러 인생을 만나며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다.

2005년 전인고등학교 개교 당시 보건교사로 합류하면서 춘천에 내려온 박 작가는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다 가장 처음 좋아하게 된 게 식물이어서 야생화 수업을 만들었다. 2010년에는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도전을 했고 이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났다.

 

춘천 석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미희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석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미희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하지만 이번 여행처럼 긴 여행은 해본 적 없었기에 자녀들은 ‘엄마가 또 왜 저러나’ 하는 반응이었고 스스로도 두려운 마음이 들어 목포로 3박 4일동안 예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 어르신의 조언대로 새로운 여행지에 갈 때마다 경찰서에 들렀다. 이곳을 여행하러 온 여행객이 있으니 주시해달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춘천에서도 우리가 밤에 잘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 지역도 그곳 사람들에게는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했다.

◇“여행의 매력은 매순간 예상치 못한 삶 만나는 것”

여행을 하는 동안 매일매일이 즐거웠고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는 박 작가는 가슴에 남는 것 또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통은 자기 삶밖에 살지 못하는데 다른 삶을 만났을 때 비로소 다른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을 하면서 지켰던 것 중 하나는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경북 성주에 위치한 선석사에 갔을 때는 커피를 만들어 파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가 만든 커피를 두 잔 계산한 뒤 한 잔을 건넸다. 그렇게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니 대화가 저절로 오갔다.

어느 날엔 학력의 한계를 뛰어넘고 한 분야의 무형문화재가 된 어른을 만나기도 했다. 박 작가는 “그분이 돈을 버는 이유는 잘 쓰기 위해서이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더라”며 “그 이야기를 듣고 배움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행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삶을 만나게 된 게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밝혔다.

 

2016년 10월 30일 지리산 종주 당시 모습 (사진=박미희 작가 제공)
2016년 10월 30일 지리산 종주 당시 모습 (사진=박미희 작가 제공)

여행 중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 작가는 2016년 가을, 부산을 여행할 때를 떠올렸다. 거대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여행경비를 모아 부산여행을 같이 하자는 남성의 제안을 받아들여 건넸던 8만원을 고스란히 빼앗겨버렸다. 그러면서 “남성을 신고할 수도 있었지만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으로 넘겼다”고 말했다.

가장 좋았던 지역에 대해 그는 “모든 곳이 다 아름다워서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좋게 느껴지더라”며 “굳이 꼽자면 고등학교 때부터 가고 싶었던 ‘백령도’를 꼽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히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에서 오래 머물렀던 그는 “대청도에는 버스가 한 대, 택시도 한 대, 미용실도 하나만 있었다”며 “기념으로 머리도 잘랐다. 아늑하게 느껴지고 좋더라”고 회상했다.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는 또 하나의 여행”

코로나19 이후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박 작가는 “산티아고 여행 이후 국내 여행을 하면서 구석구석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작년에는 주로 춘천을 걸었다.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춘천을 만난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웃었다.

박 작가는 ‘가벼운 춘천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행했다. 춘천의 아름다움을 찾고 만나는 걷기여행 모임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자기의 삶을 긍정하는 자세이고 주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다”며 “여행은 자존감을 높이는 기회”라고 밝혔다.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가 또 하나의 여행이라고 말하는 박미희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가 또 하나의 여행이라고 말하는 박미희 작가 (사진=신초롱 기자)

여전히 필요한 만큼 돈을 벌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그는 명상을 통해 마음가짐을 가다듬는다. 이는 현실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마음으로 살고 싶은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쉬는 날에는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 산책이나 독서를 주로 한다는 그는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는 또 하나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하고 싶은 일을, 그것도 잘 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녀들의 반응이 사뭇 달라졌을 것 같다는 말에 “옛날에는 잔소리만 하는 엄마인 줄 알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멋있게 보이나보더라”며 “딸은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하고 저를 많이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자녀들에게도 현실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고 조언한다는 박 작가는 “자녀에게 멋진 직업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엄마의 명예를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며 “삶이 길지 않다는 걸 알기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온 노인들이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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