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사그라드는 홍콩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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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사그라드는 홍콩의 불빛

    • 입력 2024.06.17 00:00
    • 수정 2024.06.18 00:11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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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처음 홍콩 여행을 하게 된 이유는 홍콩이 아시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허브(hub)’적 위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대학생 시절 직항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 비행기를 자주 탔고, 태국 여행 중 홍콩을 경유했습니다. 홍콩 챕락콕 국제공항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이 경유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허브 공항 중 하나입니다. 홍콩은 청나라 때까지 현재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일부였으나 난징 조약으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편입되기 전까지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은 홍콩은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사회를 형성했습니다. 홍콩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관문이자 전 세계 자본이 유입되는 금융허브로 성장하게 됩니다.

     

    홍콩 시가지는 크게 구룡반도와 홍콩섬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사진=강이석
    홍콩 시가지는 크게 구룡반도와 홍콩섬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사진=강이석

     홍콩의 집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유명합니다. 홍콩은 대부분 개발이 어려운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건물을 짓거나 사람이 거주할만한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홍콩인들은 대부분 구룡반도와 홍콩섬 일부 지역에 밀집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아파트와 같은 주거 공간의 가격이 매우 비싼 것입니다. 홍콩인들은 웬만한 부자가 아닌 이상 큰 집에서 거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일반 서민들은 대부분 관처럼 좁은 집 관재방(棺材房)에 거주합니다. 반명 홍콩의 외식 물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홍콩의 집은 조리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홍콩 사람들은 주로 외식을 합니다. 홍콩 서민들의 아침 식사인 차찬텡은 홍콩식 퓨전 서양 음식으로 동양의 국물 문화에 서양의 식자재가 들어간 형태로 마카로니 햄 수프와 소시지 라면이 대표적입니다.

     홍콩 시가지는 크게 구룡반도와 홍콩섬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룡반도의 몽콕은 홍콩 하면 떠오르는 낡았지만 높고 화려한 홍콩 특유의 건물들이 밀집하고 있는 곳입니다. 나단 로드(Nathan Road)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홍콩 최대의 번화가 중 하나인 침사추이가 나옵니다. 침사추이에는 홍콩 최대의 쇼핑센터인 하버시티가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밤이 되면 이 수많은 빌딩이 내는 빛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세계 최고의 야경 쇼로 불리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펼쳐집니다.

     

    세계 최고의 야경 쇼로 불리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펼쳐진다. 사진=강이석
    세계 최고의 야경 쇼로 불리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펼쳐진다. 사진=강이석

     홍콩섬의 익청빌딩은 50년 넘은 낡은 아파트 건물일 뿐이지만 홍콩 특유의 빈티지함이 물씬 느껴집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에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기념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하였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계 최장의 야외 에스컬레이터로 중간중간 내려서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홍콩섬 정상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홍콩섬의 빼곡한 건물들과 바다 건너 침사추이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하지만 이렇게 빛나던 홍콩의 불빛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홍콩의 항셍 지수는 몇 년째 하락하고 있고, 아시아 금융 중심의 지위는 싱가포르로 점차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홍콩의 중국화와 그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 움직임에 맞서서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시행하였고,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 단속을 강화하자 다수의 외국 기업들이 홍콩을 떠났습니다. 과연 홍콩은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점점 희미해져 가는 홍콩의 불빛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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