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권고 기준 못 맞춘 강원권 의대⋯“뻐꾸기 둥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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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인재 권고 기준 못 맞춘 강원권 의대⋯“뻐꾸기 둥지 될까?”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 강원 전국 최저 수준
    강원대·가톨릭관동대 주 타깃, 한림대 무의미
    N수생 대거 유입으로 의대 진학 어려움 전망
    지역 입시업계와 학부모 비판 목소리 높아져

    • 입력 2024.06.13 00:09
    • 수정 2024.06.14 10:2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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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지역인재전형 확대에 따른 최대 수혜지 중 하나로 강원지역이 꼽히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마련한 '의대·치대·한의대 입시 설명회'도 학생과 학부모의 뜨거운 관심으로 조기에 마감됐다. 하지만 2025학년도 강원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결국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전국 학생들의 뻐꾸기 둥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 수능성적 만년 최하위 지역인재전형 ‘그림의 떡'
    정부는 의료 개혁의 목표가 지역 의료 활성화라며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권고했다. 이에 호남권역이 70%에 육박하고 △부산·울산·경남(65.7%) △충청(63.6%) △대구·경북(62.1%) △제주(50.0%) 등 50~60% 수준으로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했다. 지역인재전형 규모가 발표되면서 의대 진학을 노린 지방 유학지로 강원도가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쏟아졌다. 강원도가 고3 학생 100명 중 1.3명꼴로 의대에 들어갈 수 있어 지역인재 선발 규모가 가장 크다는 이유다. 

    실상은 달랐다. 의대가 있는 강원지역 내 4개 대학은 2025학년도 전체 의대 모집인원을 391명으로 확정하고 이중 37.6%인 147명만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밝혔다. 정부 권고치인 지역인재전형 비율 60%를 넘긴 곳은 국립대인 강원대 의대(60.4%)가 유일하다. 가톨릭관동대는 34.8%에 그치고, 연세대(미래)는 29%로 지역 내 법정 의무 선발비율(20%)을 간신히 넘겼다. 한림대의 의대는 전년도(23.7%)보다 2.5%p 감소한 21.2%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일부 강원권 의대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이지 않는 이유는 강원 학생들의 학력 저하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원 수능성적은 몇 년 째 최하위권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국어(표준점수 기준)는 평균 93점(전국 평균 97점)으로 17개 시·도 중 16위였다. 2018~2021학년도에는 4년 연속 17위를 기록했다. 수학은 전국 평균(97점)보다 4.8점 낮은 92.2점으로 전국 꼴찌다. 절대평가로 진행된 영어는 시도별 1등급 비율로 14위(3.8%)로 집계됐다. 입학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무 비율로 높일 경우 학업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강원권 학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의대 정원 증원을 기대했던 도내 학부모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박태양 강원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벌써 수도권에서는 강원권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는데 지역인재전형이 남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강원지역 학부모로서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 강원권역 의대 입학 변수 ‘수능 최저기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2024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전국 의대에 입학한 도내 학생 수는 모두 46명이다. 대학교에 최종 등록한 재학생만 집계한 수로 전원 수시전형으로 의대에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도내 학생들이 정시보다 수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시보다 수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의대 합격을 높일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수능 최저기준 충족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이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의대가 공개한 지역인재전형 46개 중 43개가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적용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실력 있는 N수생이 대거 유입될 경우 도내 학생의 수능 최저 기준 충족은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에만 몰두하는 N수생이 많아지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고난도의 시험이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상백 강원 좋은입시연구소 사무국장은 “구조적으로 수능 N수생 초강세가 너무 심한 상황이라 이번 수능은 실력이 같아도 예년보다 최저 기준을 맞추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강원도 학생들에게 후하게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인재전형의 취지를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대’와 ‘가톨릭관동대’의 수능 최저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역인재전형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강원대’와 ‘가톨릭관동대’의 수능 최저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역인재전형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강원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어디가 유리?
    입시 전문가들은 도내 의대 4곳 가운데 수능 최저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원대’와 ‘가톨릭관동대’ 2곳에서 지역인재전형 확대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원대 지역인재 전형은 학생부 교과에서 국어·수학·영어·탐구(1과목) 중 3개 합 6이내를 요구하고, 학생부종합은 7이내를 충족해야 한다. 가톨릭관동대는 상위 3개 영역 등급 합 5이내(지역인재)가 기준이다. 반면 연세대(미래)는 국·수·영·과탐1·과탐2 중 4개 영역 등급 합이 6을(강원인재전형) 넘지 않아야 하고 한림대는 국·수·영·과탐(2과목 평균) 4개 영역 중 3개 합 4등급 이내로 다소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거점국립대인 강원대는 지역 우수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형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고 최저등급도 완화했다.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도 지난 2월 진행한 ‘지역인재 양성 및 필수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의대에 진학할 만한 학생들을 사전 집체교육을 시키겠다”라며 “교육 강화로 의대가 원하는 기본역량을 쌓아 보내겠다”고 말했다.

    한림대의 지역인재전형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림대 지역인재전형의 최저등급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학생이라면 서울이나 수도권 의대에도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라 결국 정시 이월을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림대 관계자는 “강원도의 학령인구 자체가 적고 1등급 비율도 100명이 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우수 인재 유치 차원에서 비율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 지역 의료 활성화, 의대 졸업 후 떠나면 ‘공염불’
    지역인재전형 확대는 지역 출신 의사의 수 증가와 지역 의료 활성화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 인재들의 수도권 이탈 문제는 해결 과제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료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면, 당초 취지였던 낙후된 지역 의료 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의대생들의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의 수도권 집중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인턴 수련 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총 194곳이다. 이 중 서울에만 41개(21.1%)가 몰려있고, 이어 경기도 37곳(19.1%), 인천 10곳(5.2%) 순이다.

    강릉에 위치한 가톨릭관동대는 1994년 2년 안에 부속병원을 착공한다는 조건으로 의대 신설을 인가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병원을 갖추지 못해 학생들이 인천 소재 국제성모병원에서 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도내 인턴 수련이 가능한 병원은 여전히 9곳(4.63%)에 불과하다.

    박문영 강원도학원연합회장은 "강원권 학생들이 학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강원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입구가 넓어진 만큼 지역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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