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있는데” 병원 앞 흡연 무법지대⋯흡연 부스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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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들 있는데” 병원 앞 흡연 무법지대⋯흡연 부스는 외면

    춘천 대학병원 앞 금연구역 흡연 피해
    현행법상 의료 기관 내 흡연 모두 불법
    밀폐된 흡연 부스, 설치 후에도 외면

    • 입력 2024.06.11 00:09
    • 수정 2024.06.11 13:51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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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한 병원 앞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모습.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의 한 병원 앞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모습. (사진=오현경 기자)

    어린아이와 노약자, 중증 환자 등의 방문이 많은 춘천지역 대학병원 주변에서 무분별한 흡연이 지속돼 환자와 내원자들의 간접 흡연 피해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춘천시내 한 대형 병원 앞. 중년의 남성이 병원 건물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흡연을 하며 그가 간 곳은 병원 입구에 마련된 벤치였다. 이미 여러 명이 흡연을 하고 있는 그곳을 10여분간 지켜본 결과 10명이 남짓의 사람들이 흡연을 하러 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은 환자들의 휴게공간으로, 곳곳에 ‘흡연 금지’ 팻말이 걸어져 있는 명백한 금연구역이다. 하지만 매캐한 담배연기와 버려진 담배꽁초로 뒤덮인 이곳에서 금연구역을 의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춘천성심병원 앞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성심병원 앞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벤치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계속되는 담배 연기에 코와 입을 손으로 막거나 마스크를 썼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불편을 견딜 수 없어 자리를 뜨는 환자와 보호자도 있었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에 따라 의료기관과 보건소·보건의료원·보건지소 등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 병원 부지에서의 흡연은 모두 불법인 것이다. 곳곳에 흡연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과 스티커도 붙어있다. 하지만 시 보건소와 병원 측의 적극적인 단속이 없어 흡연 무법지대로 전락한 분위기였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고 있었다. 춘천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지나갈 때마다 병원 앞이 매캐한 담배 냄새로 가득해 불쾌하다”라며 “병원 앞 벤치는 흡연자가 많아 당연히 흡연 구역인 줄 알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병원 측이 주차장 뒤편에 흡연 부스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밀폐된 공간에 가득한 연기로 이용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흡연자 중에는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도 여렷 보였다. 

     

    흡연 부스 옆 야외 공간에 '금연' 표시가 있지만, 흡연자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흡연했다. (사진=오현경 기자)
    흡연 부스 옆 야외 공간에 '금연' 표시가 있지만, 흡연자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흡연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의 또 다른 대학병원도 흡연 부스를 설치하고 그 외에는 금연구역을 알리는 ‘흡연 금지’ 팻말을 설치했다. 하지만 흡연부스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교육센터장은 “흡연 부스의 경우 대부분 환기가 어려워 매캐한 담배 연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흡연자도 꺼릴 수밖에 없다”며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의료 기관의 경우 건물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 실외 흡연 구역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춘천시보건소 관계자는 “민원 접수 시 현장 단속을 통해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2차적으로 병원에도 협조를 구해 안내방송 등 금연구역을 알리고 있다”며 “전체 직원들과 방문객에게 안내가 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계속해서 금연 협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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