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서울 낯설게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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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서울 낯설게 바라보기

    [낭만여행기]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 입력 2024.04.15 00:00
    • 수정 2024.04.16 00:02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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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서울 여행은 석촌호수에서 시작합니다. 현재 석촌호수는 잠실 롯데월드를 품고 있지만, 과거에는 한강 일부였습니다. 석촌호수가 남쪽에 있으니까 잠실은 강북이었던 셈이죠. 그러다 조선 중기 큰 홍수로 한강이 넘치면서 새롭게 하천이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새로운 하천이라는 뜻으로 ‘신천(新川)’이라고 불렀습니다. 강북이었던 잠실은 1970년대에 비로소 강남이 됩니다. 한강 개발을 하면서 신천의 폭을 넓히는 공사를 했고 본류는 메워집니다. 과거 잠실은 누에고치를 키우던 한강 변의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한강 개발을 시작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올림픽 주 경기장, 백화점이 건설되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개발전 서울 잠실과 개발후 잠실. 사진=강이석
    개발전 서울 잠실과 개발후 잠실. 사진=강이석

    2호선을 타고 강남역으로 가봅시다. 강남역은 동서로 뻗어있는 테헤란로와 남북의 강남대로가 만나는 곳에 있습니다. 강남역에서 나오면 삼성 본사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강남구에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본사와 이러한 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광고, 부동산 등 부가 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이 모여 있습니다. 강남은 상업 기능과 주거 기능이 고도로 발달한 서울의 진짜 중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남의 옛 지명이 영동인 이유는 강남이 영등포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영등포는 서울이 처음으로 확장한 곳으로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노량진역은 인천과 서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통은 발달하게 되었고, 이곳을 중심으로 서울이 확장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한강 바로 건너편에 용산역이 있는 노량진에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면서 학원이 발달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구로 디지털 단지는 과거 구로 공단으로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가 상승으로 많은 공장이 안산, 시화로 이전하면서 공업 기능은 쇠퇴하였고, 이곳은 점차 중국 출신 조선족들이 이주하며 중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구로 디지털단지역에서 대림역 쪽으로 걷다 보면 도림천을 경계로 좌측에는 높은 현대식 빌딩들이 있고 우측에는 마치 중국 도시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울 야경. 사진= 강이석
    서울 야경. 사진= 강이석

    한강을 건너 홍대입구역에 내렸습니다. 홍익대학교는 과거부터 미술대학이 유명했습니다. 그 덕분에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젊음과 예술이 가득한 곳인 만큼 홍대는 외국인들이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만한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가장 유행하는 음식점과 SNS에 올릴만한 이색적인 카페가 가장 먼저 생기는 곳 역시 홍대입니다.

    종로는 조선의 왕이 거주하던 경복궁의 남쪽에 있는 광화문으로부터 동서로 뻗어있는 길입니다. 종로에는 나라에서 독점하던 여섯 가지 물품, 육의전을 팔던 시전 상인이 자리를 잡았던 곳입니다. 종로는 자연스럽게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종로의 중심지 기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입니다. 일제는 남산의 아랫자락에 새로운 중심지 혼마치를 만들었는데 이는 현재의 명동입니다. 광복 직후 명동 일대 거리 이름을 충무로로 변경하였습니다. 충무로 일대에는 다수의 기업 본사와 자본이 유입되었고, 그에 따라 다양한 지식인이 이곳으로 모였습니다. 충무로가 한국 영화의 중심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이곳 명동, 충무로 일대는 강남 개발이 본격화된 1980년대 이전까지 서울의 중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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