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즐거운 것”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푹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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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는 즐거운 것”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푹 빠진 이유는?

    춘천한샘고 동행&RCY 동아리
    홀몸어르신 방문 봉사활동
    "하면 할수록 재밌는 게 봉사"
    대입개편으로 학생 봉사 급감

    • 입력 2024.03.29 00:06
    • 수정 2024.04.16 00:08
    • 기자명 한상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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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한샘고등학교 동행&RCY 동아리원들이 홀몸 어르신 댁을 방문해 어르신의 족욕을 도운 후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사진=춘천한샘고 제공)
    춘천한샘고등학교 동행&RCY 동아리원들이 홀몸 어르신 댁을 방문해 어르신의 족욕을 도운 후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사진=춘천한샘고 제공)

    26일 오후 3시 30분. 춘천 홀몸 어르신인 이동균(91)씨 댁에 족욕기와 네일아트 용품을 든 학생 3명이 방문하자 시끌벅적 활기를 띠었다. 한 학생이 따뜻한 물을 채운 족욕기에 어르신의 발을 조심스레 담근 후 어깨를 주물렀다. 다른 학생은 어르신의 손톱에 정성스레 매니큐어를 바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춘천한샘고 바이오코스메틱과의 동행&RCY 소속 학생들이다. 이들은 신북읍 행정복지센터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을 소개 받아 학교가 끝난 뒤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어르신댁을 찾아와 봉사한다.

    춘천한샘고는 특성화고로, 학생들은 대입이 아닌 취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의무적인 봉사활동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자발적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월 1회 홀몸 어르신 댁을 찾는다. 현재 지도교사 4명과 학생 47명으로 구성된 동행동아리는 13년째 한 달에 한 번 복지관을 찾아 30~40명의 어르신에게 발마사지와 네일아트, 칠교놀이를 해드린다. 외롭고 기댈 곳 없는 노인들의 건강을 살피고 말벗이 되어주는 봉사활동이다.

    교육제도 변화에 따라 고교생 봉사활동 제도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한샘고 학생들처럼 이웃을 돕는 학생들을 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동행&RCY 동아리를 지도하는 엄기훈(57) 교사는 “취미로 운동이나 음악을 하듯이 우리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는 보람에 빠져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봉사를 하며 날이 갈수록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엄 교사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곽혜인(18)양, 김찬민(18)군, 백성희(18)양 등 세 학생을 만났다.

     

    한샘고 김찬민(18)군, 곽혜인(18)양, 백성희(18)양, 엄기훈(57)교사, 김영일(81)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앉아 있다.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한샘고 김찬민(18)군, 곽혜인(18)양, 백성희(18)양, 엄기훈(57)교사, 김영일(81)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앉아 있다.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Q. 방과 후 홀몸 어르신 댁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고요.
    (성희) 오후 3시 30분에 하교해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어르신들을 봬요. 학생 3명씩 2개 팀이 어르신 4분께 발마사지와 네일아트, 칠교놀이를 해드리고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화장품의 효능을 발마사지를 해드리면서 확인할 수 있어요. 네일아트, 칠교놀이로 어르신의 치매 예방도 돕고요.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께 봉사하고 싶어요. 4월부터는 2가구 늘려서 총 6분을 찾아뵐 계획이에요.

    Q. 평소에도 봉사에 관심이 많았나요?
    (찬민) 중학생 때도 춘천에서 연탄 봉사를 했어요. 봉사가 끝나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있어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려울 수도 있는데 하면 할수록 재밌어지는 게 봉사라고 생각해요. 아직 봉사를 안 해본 친구들도 봉사를 해보길 추천해요.

    Q. 봉사하러 찾아가면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성희) 항상 밝은 얼굴로 저희를 맞아주세요. 끝나서 돌아갈 때는 꼭 따라나오시면서 고맙다고 안아주시기도 하고요. 볼 때마다 사탕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시는 할아버지도 계세요.

    Q. 방과 후에 남아 발마사지와 네일아트 연습을 했다고요.
    (혜인) 어르신께 더 잘해드리고 싶어서 학교 끝나고 친구들 발로 연습했어요. 친구들 반응 살피면서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고요. 네일아트는 학교에 전공 선생님이 계셔서 특강 들으면서 더 배웠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봉사는 조금씩이라도 계속 할 것 같아요.

    Q. 2012년부터 봉사동아리 지도교사로 활동하셨다고요.
    (엄기훈 교사) 춘천한샘고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근무했어요. 2018년 원주의료고등학교에 가서도 ‘바이오더나’라는 동아리로 봉사를 계속 했고요. 작년에 다시 춘천한샘고로 와서 항상 사제동행하며 봉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덕분에 2014년엔 강원자치봉사대상(현 강원목민봉사대상), 2016년엔 대한민국스승상 등 큰 상도 받았답니다. 2022년도에는 RCY에 가입해 학생들이 늘 새로운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어요.

    Q. 학생들이 훗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엄기훈 교사) 나눔을 실천하면서 해온 봉사를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 가구뿐만 아니라 봉사를 할 수 있는 곳 어디든 가서 봉사했으면 해요. 사회에서 배려, 양보,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홀몸 어르신들은 학생들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이나 봉사를 받는 것보다도, 학생들이 찾아와 말벗이 돼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반응이다. 김영일(81)씨는 “땡땡하게 부어서 딱딱했던 종아리가 학생들이 더운 물에 씻겨주고 만져주면 덜 아파진다”며 “이렇게 찾아와서 말벗만 해줘도 고마운데 손톱도 발라주고 마사지도 해주니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최예원 신북읍 행정복지센터 방문복지팀 주무관은 “봉사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어르신이 함께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며 “홀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데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봉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입 제도 개편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급감했다. 과거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로 소위 ‘생활기록부 채우기용’ 봉사활동을 하거나 글자 수를 늘리려 내용을 부풀리는 등 문제가 잇따랐다. 교육부가 이를 지양하고자 2024학년도 대입부터 개인 봉사 등 비교과 활동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은 크게 줄었다.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 14~19세 봉사자 수는 2021년 6만8889명, 2022년 4만2694명, 2023년 3만6709명으로 감소 추세다.

    한상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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