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수퍼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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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수퍼맨을 기다리며

    • 입력 2024.03.27 00:00
    • 수정 2024.03.28 11:15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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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수퍼맨을 기다리며’는 미국의 데이비드 구겐하임 감독이 만든 교육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미국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고등학생 두 명 중 한명은 학교를 중퇴하고, 고교 중퇴자가 감옥에 갈 확률은 60% 이상이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식사와 의료 혜택을 받는 재소자들을 위해 1년간 1인당 3만3000달러를 쓴다. 무사안일한 교육행정과 관료주의에 찌든 학교 시스템은 학생들의 필요에 앞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하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미국교육은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고 오직 수퍼맨 같은 영웅이 나타날 때 희망이 있다는 현실을 고발한다.

    수퍼맨을 기다리는 곳이 미국만일까? 우리교육에도 교권추락, 학교폭력, 늘봄문제, 유보통합 등 문제는 켜켜이 쌓여만 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시험으로 구성된 공장형 학교모델이 현장을 계속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19세기 산업화 세계에 맞춰 학교가 운영되는 것은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안타깝게도 인공지능 활용, 소셜미디어 활동,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구축, 컴퓨터 프로그래밍, 영상 제작 및 편집같은 시대적 필요는 무시하고 아직도 문제 풀기에 급급한 학교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시험이 불가피하긴 하다. 시험의 목적은 교육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시험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이러한 시험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학원과 과외와 같은 사교육시장으로 내몰리고 이유는 뭘까? 학교 교육이 부실하거나 시험이 잘못되었거나 두 가지 중 하나다. 부실한 학교교육은 개선해야 하고, 잘못된 시험은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학교의 현실은 변함이 없다. 아이마다 개성, 흥미, 진로가 다른데, 학교는 인생에는 누구나 따라야 할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가 있다고 가르친다. 한 가지 일에 탁월하면 대다수의 일에 탁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게 한다. 유연성 없는 학사일정, 고정된 수업 시간, 똑같은 필수과목에 아이들의 자발성이 배제된 수업으로 학교생활은 늘 지루하다. 지루한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매일 파티를 열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번의 시험에 인생을 거는 입시제도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수학능력시험은 왜 국가가 독점하며 단 한 번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미국의 SAT와 ACT는 1년에 최소 5회 응시가 가능하다. 농어촌과 저소득층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운영되는 EBS 특강이 학교 수업을 대체하고 수능시험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현실은 가히 폭력적이다.

    강원교육에도 문제가 넘쳐난다. 기초학력, 소규모학교, 다문화, 돌봄, 학교폭력, 교권침해가 심각한 지경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강원도교육청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진단 없이 자꾸 새로운 기관을 만들고 자율학습을 부활하고 수도권 지역 아이들을 빌려다 텅 빈 학교를 채우려 한다. 부교육감을 두 명으로 늘리고, 학교를 지원하는 또 다른 이름의 학교를 만들고, 국제학교 신설을 준비하고, 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개편에 앞장서고 있으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가오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정책의 홍수라니, 수퍼맨이 빨리 와야 할 곳은 갑자기 ‘특별한’ 곳이 되어 버린 강원도가 아닐까 싶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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