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소주 5000원 부담’ 대학생 강제 금주에 상권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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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소주 5000원 부담’ 대학생 강제 금주에 상권도 직격탄

    강원대 후문 상가 곳곳에 ‘임대문의’
    고물가에 학생들 지갑도 닫혀
    직장인 상권은 상대적으로 버티는 중

    • 입력 2024.03.23 00:07
    • 기자명 한상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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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만 해도 여기 술집 입구까지 학생들이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딴세상 같네요.”

    19일 밤 9시 춘천 강원대 후문 인근. 강원대 재학생 김모(26)씨는 술집 골목에서 한산한 거리를 보며 말했다. 김씨는 “1학년 때만 해도 수업 끝나고 후문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으며 소주 한잔 하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들 집에 가기 바쁘다”며 “다른 이유도 있지만 술값이 워낙 오른 영향이 큰 것 같다. 소주 1병 5000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급격한 물가 인상에 따른 지역 경기 침체가 대학생 상권으로 분류되는 강원대 후문 일대 상권에 직격타를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 상권은 학생이나 20대 초반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인데, 식대와 술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학생들의 지갑이 빠르게 닫혔기 때문이다. 코로나 거리 두기가 끝나면서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19일 오후 9시 강원대 후문 술집 골목에 학생들이 없어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19일 오후 9시 강원대 후문 술집 골목에 학생들이 없어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이날 찾은 강원대 후문 술집 골목은 ‘대학가 핫플’이었던 과거와 달리 한산했다. 실제 이날 강원대 후문입구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부터 술 목 골목길 끝(사랑관)까지 250m를 걸으며 세어보니 26개의 술집 중에 5개에 ‘임대 문의’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던 술집과 고깃집들도 비워진 상태로 새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에 따르면 강원대 후문 술집 골목의 해당 매출 건수는 23년 9월 898건에서 같은 해 12월 652건으로 27.3% 감소했다.

    대학가 앞이 유독 물가 영향을 받는 것은 대학생들의 소비력이 그만큼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후 원부자재값 상승으로 주류업체들이 잇달아 맥주, 소주 가격을 올리자 식당과 술집의 맥주, 소주 가격이 덩달아 인상됐다. 강원대 재학생 박모(23세)씨는 “식당에서는 소주 한 병에 5000원씩 하니까 외식할 때도 술값이 부담돼 음주는 최대한 자제한다”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사다가 자취방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물가 급등은 술값이나 식대만이 아니다. 원룸 월세와 전기요금 난방비까지 모든 생활비가 동시에 뛰면서 고정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의 고충이 더욱 크다. 춘천 효자동 인근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손모(25)씨는 오른 월세와 생활비에 수업을 마친 평일과 주말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세 탕을 뛴다. 그럼에도 급격히 오른 물가를 감당하긴 어렵다. 손씨는 “월세와 전기요금 등 주거비로만 40만~50만원이 나간다“며 ”코로나 때 거리두기가 익숙해져서인지 친구들과 술 마시러 나가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강원대 후문 술집 거리의 한 건물에 상가임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19일 오후 강원대 후문 술집 거리의 한 건물에 상가임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다. (사진=박민경 인턴기자)

    상점 주인들 역시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강대 후문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소줏값이 올라 대학생들이 아주 부담스러운 것은 알고 있지만 식자재값이 워낙 올라 소줏값을 내리기는 어렵다. 코로나 끝나고 이제 살만할 줄 알았는데 고물가로 생계유지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맥주나 소주 한병에 5000원 이상이 기본인 다른 상권에 비해 대학 상권인 강대후문은 아직 한 병 당 4000~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반면 직장인들이나 중장년층이 거주하는 주거지 상권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 이날 밤 10시 춘천 후평동 보안길 먹자골목은 퇴근 후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손님들이 가게에 북적였다. 근처 상권에는 16개의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어 경제력 있는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취재진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를 통해 후평3동 일대 상권 현황을 살펴봤더니 23년 12월 기준 요리주점 업종의 월평균 매출은 193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64만 원보다 65.9% 증가했다.

    김팔성 강대 후문상인회장은 “강원대에는 서울‧경기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많아 이들의 지역 내 소비가 제한적인데, 실질적인 수입은 줄어들고 월세나 관리비가 올라 상인들이 어려워 하고 있다. 코로나 때 빌린 대출금 원금상환과 배로 늘어난 이자도 갚아야 하는데 동시에 대학생들의 소비도 줄어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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