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달군 ‘강원대 그 교수’⋯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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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달군 ‘강원대 그 교수’⋯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 가야지”

    강원대, 대학 커뮤니티 게시글로 온라인 화제
    옥지호 교수·학생 대화에 네티즌 뜨거운 반응
    옥 “열심히 밈 배워 계속 학생들과 소통할 것”

    • 입력 2024.03.20 00:05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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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한 교수가 제자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눈 대화가 인기를 끌면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옥지호(41)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로 그가 학생과 나눈 온라인 대화가 주목받고 있다. 강원대의 한 학생은 지난 17일 대학 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의 강원대 커뮤니티에 시험 범위가 너무 많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유명 밈(Meme·인터넷 유행어)을 활용해 게재했다. 

    이모티콘과 영어 표기가 혼재된 밈을 활용한 애교 섞인 투정에 옥 교수는 같은 밈을 활용한 댓글로 응수했다. 그는 “학생이 공부하러 왔으면 숙제를 더 달라고 해야 한다”며 “자꾸 그렇게 공부를 안 하면 대학원에서 나머지 공부를 시키겠다”고 답했다.

    옥 교수 댓글에는 작성자로 추정되는 학생이 죄송하고 잘못했다는 반성의 댓글을 달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옥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야 되는데, 대학생이 잘못했으니 어디로 가야 될까?”라며 학생을 거듭 압박했다. 

     

    시험 범위가 넓다는 강원대 한 학생의 글(사진 왼쪽)에 옥지호 교수가 남긴 댓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사진=강원대 에브리타임 캡처)
    시험 범위가 넓다는 강원대 한 학생의 글(사진 왼쪽)에 옥지호 교수가 남긴 댓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사진=강원대 에브리타임 캡처)

    그의 댓글에는 300개 가까운 ‘좋아요’가 눌리면서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고 이를 캡처한 게시글이 SNS에 ‘즐거운 강원대학교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면서 확산했다. 해당 글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278.7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이들의 대화가 화제가 된 이유는 각종 밈을 활용한 옥 교수의 눈높이 소통이 네티즌 정서를 관통하면서다. 특히 옥 교수가 ‘대학원 입학’으로 학생에게 겁을 준 밈은 주로 대학원생들이 사용하던 자조 섞인 유머인데 반대로 교수가 이를 활용한 것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진짜 교수인 줄 몰랐다” “교수님이 저보다 인터넷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강원대 사람들은 이렇게 재밌는 교수를 갖고 있는 거냐” “강원대 가고 싶어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옥 교수의 센스를 칭찬하고 있다. 
      
    이번 글이 화제가 되면서 옥 교수의 지난 활약도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옥 교수는 지난해 ‘진로 탐색과 꿈-설계’ 수업을 이벤트성으로 진행했다. 체험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인데 옥 교수가 축제 기간에 맞춰 ‘옥지호를 찾아라’라는 게임 방식으로 진행한 것. 축제를 즐기면서 그를 찾으면 출석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많은 학생들이 축제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는 그의 바람이 녹아있는 수업이었다. 이같이 독특한 수업으로 이미 수차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부 네티즌은 그를 ‘강원대 그 교수’라고 부른다. 

     

    ‘노사관계’ 수업을 진행하는 옥 교수가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사 양측을 번갈아 수업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노사관계’ 수업을 진행하는 옥 교수가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사 양측을 번갈아 수업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그가 처음 외부에 알려진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때다. 당시 ‘노사관계’라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는 노동조합과 사측의 의상을 각각 입고 양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단결 투쟁’ 조끼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실감 나는 모습에 실제 노조원을 섭외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또 교수님이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을 닮았다는 학생의 글에 “사탕 받으러 오라”, “장학금 추천서도 필요하면 가져오라”는 반응을 보여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인기에 힘입어 대학 커뮤니티에는 ‘옥지호 교수님’이라는 별도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이곳에 자유롭게 글을 남기며 옥 교수와 소통하고 있다. 옥 교수는 게시글에 빠짐없이 댓글을 달며 학생들의 상담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다. 

    게시판의 학생들은 옥 교수에 향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옥 교수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유명인이 출연하는 방송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야 한다거나 강원대는 마스코트 ‘곰두리’에 이어 ‘옥지호 굿즈’를 만들라는 글, 춘천 캠퍼스뿐 아니라 도계 캠퍼스에도 옥 교수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 그의 수업을 듣기 위한 수강 신청의 경쟁률이 높다는 등 인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옥지호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가 학생과 나눈 대화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옥지호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가 학생과 나눈 대화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한 학생은 ”축구에 메시, 롤에 페이커가 있다면 강원대에는 옥지호 교수님이 있다“며 ”멋진 어른의 표본 같다. 교수님을 본받아 다른 사람이 본받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옥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파급력이 신기하고 재밌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밈을 익히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 이같은 소통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대면 수업이 어려웠던 코로나 때 학생들에게서 비관적이고 침체된 분위기가 있어 온라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며 “수도권 출신 학생이 많아지면서 졸업 때까지 춘천과 학교에 애착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 둘 곳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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