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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90분 출근, 교통비 월 30만원⋯‘수도권 춘천’은 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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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90분 출근, 교통비 월 30만원⋯‘수도권 춘천’은 먼 얘기

    [GTX의 이면] 하. GTX=수도권?
    GTX 춘천, 수도권 접근성 개선 의문
    하루 운행횟수 따라 배차 간격 천차만별
    한달 통근비 30만원·빨대효과 우려도
    산업·관광 등 연장 효과 극대화 방안 필요

    • 입력 2024.03.21 00:09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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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인천 송도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착공 기념식을 개최했다. 춘천시내 곳곳에는 GTX-B의 춘천 연장을 자축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선거철이 맞물려 GTX-B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공약이 넘쳐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춘천을 찾아 GTX-B 연장을 다시 약속하며 ″수도권 강원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춘천시민 사이에서 GTX-B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올라와 있다. 정부와 춘천시는 GTX가 춘천에 실제 정차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통과해야 할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 4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누가 부담할지, 기대한 만큼의 경제성은 있을지, 실제 시간 단축 효과가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GTX-B 춘천 연장안의 이면을 추적한다. <편집자 주>

    매일 아침 춘천 자택에서 서울 용산으로 출근하던 춘천시민 조모(33)씨는 최근 직장을 춘천으로 옮겼다.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며 지쳤기 때문이다. 조씨는 “기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출근길부터 이미 지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하니 많이 피폐해졌다”며 ″30분 거리면 몰라도 1시간 넘게 오가는 일은 이제 못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GTX-B 연장안이 실현되면 춘천역에서 서울역 55분, 용산역은 63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GTX-B 춘천 연장안의 실현 가능성이나 정차역 추가로 시간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지만<GTX의 이면 상편 참조>, 계획대로 실현되더라도 GTX-B가 정말 ‘수도권 춘천’ 시대를 열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오히려 지역 생활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빨대 효과′로 인한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TX-B 연장안 확정으로 ′춘천 수도권 시대′가 강조되고 있지만 실현을 위해선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GTX-B 연장안 확정으로 ′춘천 수도권 시대′가 강조되고 있지만 실현을 위해선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수도권 춘천′ 이끌 GTX⋯체감은 ′글쎄′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춘천을 방문해 “GTX-B 등 강원 곳곳을 서울과 연결해 수도권 강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 육동한 춘천시장도 GTX 연장안 확정에 대해 ‘수도권 시대’를 강조했다. 포화 상태인 서울 인구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춘천에 터전을 잡으면 각종 경제 활성화 효과는 물론, 인구 30만명 달성 시 따라올 대도시 특례로 지역 자족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춘천 인구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2024년 현재 28만6000명이다.

    그러나 GTX가 개통하더라도 당장 ‘수도권 춘천 시대’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정부 발표대로 춘천에서 서울역 55분, 용산까지 63분이 소요될 경우 현재 운행 중인 ITX(73~78분)보다 줄어들지만, 서울로 출퇴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GTX-B 하루 운행횟수는 92회로 예상된다. 춘천 연장노선 운행횟수는 미정이고 이용량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GTX 가운데 가장 먼저 개통되는 A노선(경기 파주~동탄)은 이미 구간마다 운행횟수에 차이를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파주~수서 구간은 하루 140회, 수서~동탄은 100회씩 운행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춘천 연장 노선은 예타 조사 등을 거쳐 다시 배차를 계산해야 하며 예상 이용객 수요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연장 노선의 배차 간격이 늘어나면 기대한 만큼 접근성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 92회일 때 경춘선 지하철 운행횟수(하루 87~117회, 배차 간격 20여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급행 철도는 가격과 노선 여건 등으로 일반 철도보다 운행횟수가 적다. 현재 운행 중인 급행철도 ITX(하루 36~54회, 배차 간격 30~60분)의 경우 경춘선 절반 수준이다.
     

    GTX-B를 이용한 춘천시민의 서울 통근 시뮬레이션.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민 이모(35)씨는 “서울역까지 55분이 걸린다고 해도 춘천 거주자가 서울 도심권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합쳐 최소 1시간30분~2시간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GTX는 좌석 역시 KTX나 ITX와 달리 지하철 형식이다. 

    출퇴근을 위해 매번 타기에는 운임도 부담이다. GTX-B의 운임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 연말 개통 예정인 A노선 요금 산정 방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GTX-A는 10㎞ 기본요금 3200원에 5㎞마다 250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용산~춘천(98㎞) 노선에 적용하면 약 7500원 수준이다. 하루 왕복 요금 1만5000원, 한달(20일 출근 기준) 30만원 수준으로 일반 직장인들에게 적지 않은 액수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소요시간, 요금 등 메리트가 크지 않아 이용자들 입장에선 굳이 이용할 매력을 못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교통망 확대의 부작용, 빨대 효과

    GTX-B 개통 이후 수도권 인구가 유입되기보다는 오히려 인구와 경제력이 대도시에 흡수되는 ‘빨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춘천 주민들이 쇼핑, 식사 등 경제 활동을 위해 대도시 상권으로 떠나면 지역 경제가 오히려 침체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강원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9%로 통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생들의 통학도 늘어 대학 상권은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한산해지기 일쑤다.

    이미 춘천 상권 위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통망 확충이 자칫 빨대 효과를 부추길 수 있다. 빨대 효과는 1960년대 일본이 신칸센을 구축하며 중소도시의 발전을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개통 후 도쿄, 오사카 두 대도시로 인력과 경제력이 집중돼 나머지 도시들이 위축된 현상에서 비롯된 용어다.
     

    18일 오전 춘천역에서 이용객들이 개표구를 지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18일 오전 춘천역에서 이용객들이 개표구를 지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윤민섭 녹색정의당 춘천시의원은 “춘천은 산업 기반이 튼튼하지 않아 교통망이 개선될수록 경제 활동을 위한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장기적인 지역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GTX의 영향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GTX-B 연장 수혜 극대화 방안 찾아야

    학계에선 GTX 연장을 지역 발전 기회로 삼기 위해 산업, 관광 측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내다봤다. 정성훈 대한지리학회장은 “지방 도시가 자급적인 도시 구조를 갖추고 GTX 연장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일본 도요타 ‘우븐시티’처럼 교통망 발전을 이용한 지역 자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븐시티는 일본 자동차 제조기업 도요타 직원과 가족, 연구원 2000여명이 실제로 거주하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계획도시다.

    김도희 한림대 융합관광경영전공 주임교수는 GTX 연장으로 관광객 증가가 예상된다며 춘천이 관광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GTX 연장으로 반대 종점인 인천시민들은 물론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며 ″춘천이 관광 분야에서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려 교통망 확충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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