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늘어난 전동 킥보드⋯헬멧 없이 ‘불법 질주’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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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 늘어난 전동 킥보드⋯헬멧 없이 ‘불법 질주’ 여전

    새학기 맞은 3월 전동 킥보드 사고 68% 증가
    안전장비 의무화에도 이용자 대다수 나몰라라
    타 지역은 주행 속도 하향, 춘천은 규제 없어

    • 입력 2024.03.18 00:09
    • 수정 2024.04.03 17:37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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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우 큰일 날 뻔 했어요. 차에 부딪히는 줄 알았죠”

    춘천시민 권모(27‧교동)씨는 지난달 한 대학가 앞에서 전동 킥보드(개인형이동장치)를 타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여전히 아찔한 기억이지만, 취재진이 헬멧을 착용했는지, 법규를 잘 지켰는지 묻자 “아.. 그렇지는 않았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3월 개학과 함께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지 3년이 지났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 증감률은 날이 따뜻해지는 봄철에 증가한다. 지난해의 경우 3월 사고건수가 2월보다 68%나 급증했다.

    킥보드 사고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취재진이 대학가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에도 아찔한 순간을 여러번 목격했다. 한림대 앞에서 만난 택시 기사 임모(53)씨는 “운전을 하다보니 킥보드 사고는 밥먹듯이 본다. 지난주에도 한 학생이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인도 턱에 걸려 도로에 넘어지는 걸 봤다”고 말했다.

    2명이 킥보드 한 대에 타고 가다 넘어지는 사고를 목격했다는 박모(65‧퇴계동)씨는 “킥보드 이용자들이 안전모만 안 쓰는 게 아니라, 교통 법규도 자주 어겨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춘천 강원대에서 전동 킥보드를 탄 학생이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내리막길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춘천 강원대에서 전동 킥보드를 탄 학생이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내리막길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전동 킥보드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강원경찰청이 2022년 1~6월까지 벌인 킥보드 단속에서 무려 2108건이 적발됐다. 주로 청년 인구가 많은 춘천, 원주, 강릉에서 단속에 걸린 사례가 많았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무면허나 음주 운전 등도 나왔다. 춘천에서는 2022년 9월 16일 단 하루 동안 117건의 위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킥보드 안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바닥이다. 취재진이 강원대 인근에서 2시간 동안 관찰하면서 수십명의 킥보드 운전자를 목격했는데 이들 중 단 2명만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안전모를 착용한 이들 2명을 확인해보니 개인 소유 전동 킥보드 이용자였다.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은 대부분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

    대학생 설모(20)씨는 공유 킥보드를 종종 이용하지만,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만 쓰다보니 안전장비를 착용하지는 않게 된다고 했다. 설씨는 “오래 타지 않을뿐더러 불편하다. 헬멧이 공유 킥보드에 구비돼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공유킥보드의 이런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강원경찰청은 2022년 전동 킥보드 업체에 안전모 2500여개를 비치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춘천에서 전동 킥보드에 안전모가 부착돼있는 경우는 전무했다. 한 전동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1차적으로 헬멧을 배치했는데, 전부 도난당하거나 훼손됐다”며 “2차적으로 배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춘천의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2명이 전동 킥보드에 동반 탑승한 채 택시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지난 13일 춘천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에 동반 탑승한 채 택시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사진=김용진 인턴기자)

     

    전동 킥보드는 사고 발생 시 안면 부상 확률이 높고, 이는 중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로 다친 환자 중 약 50%는 머리와 얼굴을 다쳤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전동 킥보드에 대한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정은 전동 킥보드 속도 제한이다. 대구와 경기 김포, 세종 등은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를 시속 25㎞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도록 규정했다. 세종시는 아예 전동 킥보드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속도를 하향시키도록 이끌어내 규정 속도를 20㎞로 낮췄다. 세종시 관계자는 “업체가 어기더라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업체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춘천은 별도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여전히 시속 25㎞로 주행이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사업 자체가 지자체 허가를 받고 하는 사업이 아니고, 사업자 등록만 되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사안이다 보니 속도 하향이나 안전모 탑재 등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는 킥보드 운영업체에 대해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앞서 규제를 도입한 지자체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국회에선 지자체에 관리 권한을 주는 것을 두고 논의 중이다. 

    김영배 춘천시의원은 “시민 안전에 대한 의무를 전동 킥보드 업체가 자발적으로 나설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함께 해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이나 시설 지원 등을 통해 전동 킥보드 업체와 시민 간의 상생을 바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김용진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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