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봄철 고라니 로드킬 줄이려면 서행 운전과 신고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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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봄철 고라니 로드킬 줄이려면 서행 운전과 신고가 필수

    • 입력 2024.03.13 00:01
    • 수정 2024.03.20 09:15
    • 기자명 MS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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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종 강원로드킬예방협회 대표가 다친 고라니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김경종 강원로드킬예방협회 대표가 다친 고라니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고라니에게 봄은 공포의 계절이다. 도로를 건너다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로드킬’(Road Kill)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로드킬은 5월과 6월에 가장 많이 일어나고 10~11월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봄에는 1년 전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하다, 가을에는 성장한 새끼들이 활동반경이 넓어져 도로를 기웃거리다 자동차에 변을 당한다.

     로드킬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1만7000여건이던 로드킬은 2022년 6만4000건으로 급증, 5년 새 3.75배 늘었다. 그러나 실제 로드킬은 공식집계보다 3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드킬을 당한 뒤 다른 야생동물에 잡아먹혀 알 수 없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로드킬의 대표적인 희생양은 고라니다. 2022년 발생한 1만8000여건 가운데 40% 가까이 되는 6600여건이 고라니에서 일어났다. 로드킬은 대부분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사람보다 더 빠른 고라니들이 시속 80~90㎞로 달리는 자동차와 부딪히니 발, 경추, 갈비뼈 등을 크게 다쳐 생명을 건지기란 쉽지 않다. 최근 춘천시 남산면사무소 관내에서 차에 치인 고라니도 로드킬예방협회 관계자들이 출동해 야생동물병원으로 옮겼지만, 상처가 너무 커 안락사 주사를 맞혀야 했다. 강원대 야생동물병원 수의사는 “로드킬 동물둘이 구조돼 들어와도 10마리 중 9마리는 치료가 불가능해 안락사할 수 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로드킬은 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실제 지난해 강원자치도 원주시 소초면 도로에서는 승용차가 동물의 사체를 피하려다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갑자기 나타난 야생동물 사체를 보고 급히 운전대를 꺾다 일어난 일이다. 운전자의 생명,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로드킬 예방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대응책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 2019년 로드킬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사고실태를 파악하고 로드킬 다발 구간설정, LED 주의 표지판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등 저감 대책을 마련해 일부 지역에서는 로드킬을 80% 가량 줄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업체에 다발구간 지도와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보화 시스템과 연계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행 운전이다. 로드킬 다발구간에서는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등 서행 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또 자동차 전조등을 낮춰 야간에 고라니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로드킬 사고를 목격했으면 지방행정기관이나 도로공사 민원실에 바로 신고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최근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늘고 있다. 이러한 마음과 디지털 환경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로드킬은 더욱더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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