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밀키트 파는 아이스크림 할인점⋯한숨 쉬는 편의점·문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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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책·밀키트 파는 아이스크림 할인점⋯한숨 쉬는 편의점·문구점

    무인 점포서 점차 취급 품목 늘려나가
    각종 문구류·간식류· 판매해 인기 높아
    편의점 등 기존 소매업계 원성 쏟아내
    도내 문구점 10년 새 절반 가량 줄어

    • 입력 2024.03.07 00:05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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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춘천의 한 초등학교 인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냉동고 안에 막대, 콘, 컵, 구슬 등 여러가지 아이스크림이 빼곡히 차 있었다. 아이스크림 냉동고 위에는 동네 문구점에서 볼 법한 추억의 간식들부터 볼펜, 공책, 각종 학용품 등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하교 시간이 되자 한 초등학생은 자연스레 공책에 붙은 바코드를 무인 계산기에 찍고 결제했다.

    이 초등학생은 “200~300원짜리 간식도 있고 학교에 가져가야 하는 것들도 팔아서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으면 자주 온다”고 말했다.

    무인 점포의 ‘원조’로 불리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판매 품목을 늘리면서 동네 문구점이나 편의점 소상공인들이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과자부터 음료수, 문구류, 밀키트까지 백화점식으로 팔다보니 다른 문구나 편의점 등 다른 업종까지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상대적으로 창업 비용이 저렴하고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춘천지역에도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검색하면 수십개의 매장이 뜬다.

    이런 매장은 초창기만 해도 이름처럼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 간식거리 정도만 판매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품 구색을 다양화 하면서 사실상 ‘무인 편의점’이 된 모양새다.

     

    춘천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각종 학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각종 학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심지어 학교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는 간식류는 최근 유행하는 중국 식품이나 각종 문구류, 생활용품까지 판매한다. 장난감이 들어간 미니 인형뽑기 기계를 들여놓은 곳도 있다. 이렇다 보니 하교 시간 삼삼오오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편의점과 유사하게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경우 매장 간 과당경쟁을 막고자 지난 2018년 12월부터 편의점 50~100m 내에 다른 편의점 출점을 지양하는 ‘근접 출점 제한 자율 규약’이 시행 중이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편의점도 되고 문구사로도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기존 업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무인아이스크림 인근에 있는 편의점 사장은 “자유 경쟁 시대에서 입점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주요 상품이 겹치는 게 많아지다 보니 관련 상품 판매량이 떨어지긴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대응하기 위해 1+1 행사를 진행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포함한 각종 무인 점포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편의점이나 문구점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문 소매업종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법적으로 출점을 막을 수는 없으니 경쟁력을 키워 대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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