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 후문 20년 ‘터줏대감’도 폐업⋯빈 상가 늘어나는 춘천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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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 후문 20년 ‘터줏대감’도 폐업⋯빈 상가 늘어나는 춘천 대학가

    대학가 상권 폐업 늘고 공실 쌓여
    고금리·고물가에 소비 위축, 투자 감소
    강원 공실률 8.9%, 코로나 때보다 높아
    학령인구 감소·소비 변화로 장기화 우려

    • 입력 2024.03.03 00:06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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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한 대학가 상권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의 한 대학가 상권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춘천지역 대학가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폐업하는 사례마저 늘면서 장기 공실까지 쌓이는 실정이다.

    새학기를 맞은 29일 강원대 후문에는 폐업하거나 폐업 예정인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학용품을 팔던 한 문구점도 최근 폐업을 결정하고 점포정리를 하고 있다. 10년 가량 자리를 지키던 분식집과 미용실도 가게가 비워진 상태로 임대 현수막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한림대 상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5년 정도 영업한 백반집은 최근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갔다. 4~5년 전부터 공실이었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흡사 폐허처럼 변한 지하 매장은 음산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춘천 한 대학가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박모(44)씨는 “코로나19 팬데믹만 넘기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계속 버텨왔는데, 매출은 비슷하거나 더 떨어졌다”며 “업종이 문제인가 싶어 바꿨는데도 상황은 똑같아서 이번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의 한 대학가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문구점이 폐업을 앞두고 점포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의 한 대학가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문구점이 폐업을 앞두고 점포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강원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9%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7.9%)보다도 높은 수치인데 통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버티고 버티던 소상공인들이 길어지는 경기 침체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춘천에선 무너졌던 상권 가운데서도 유독 대학가의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춘천지역 대학은 외지인 비율이 높아 방학만 되면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학과나 동아리 활동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대학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도로변에 있는 상가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데, 골목 안쪽으로 보면 빈 가게들이 더 있다”며 “새학기가 시작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상가를 임차하려는 문의가 조금은 늘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학령인구가 매년 줄고 온라인 소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대학 상권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대학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호 춘천시번영회장은 “전국적으로 공실률이 심각하지만, 춘천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춘천시 차원에서 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형평성에 맞춰 소상공인들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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