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오곡밥과 부럼, 귀밝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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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오곡밥과 부럼, 귀밝이술

    • 입력 2024.02.20 00:00
    • 수정 2024.02.21 11:11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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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2024년 2월 24일은 음력 1월 15일로 정월대보름입니다. 1년 중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빛나 달을 보며 제각기 소원을 빌기도 하고 쥐불놀이, 고싸움, 줄다리기, 윷놀이 등의 다양한 민속행사를 합니다. 이러한 행사 외에 다양한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오곡밥과 부럼, 그리고 귀밝이술이 있습니다.

    오곡이라는 것은 쌀, 보리, 조, 팥(혹은 수수), 콩을 말하는데 동의보감에는 세상의 음식물 가운데서 오곡만이 온전한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맛이 담담한 오곡을 먹는 것이 정(精)을 보충하는 데 가장 좋다고 하였습니다. 정(精)이란 자동차의 휘발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체 내에 정이 부족하게 되면 관절이 약해지고 머리가 자주 어지럽게 됩니다.

    또한 귀에서 소리가 나고 눈이 침침해지며 치아가 약해지기도 합니다. 나이에 비해 모발이 빨리 희어지기도 하는데, 즉 노화현상이 빨리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이란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정을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오곡을 골고루 먹는 것이므로 대보름날 먹는 오곡밥 한 그릇은 보약을 한 첩 먹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또 보름날 부럼을 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럼이라는 말은 부스럼의 방언 혹은 부스럼의 줄임말입니다. 정월대보름 아침에 호도와 땅콩, 밤 등의 견과류를 자기 나이만큼 깨물어 먹으면 한 해 동안 종기와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빨이 튼튼해진다고 하며 부럼을 깨물 때 한 번에 딱하고 큰 소리가 나게 깨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호두와 밤, 땅콩 같은 견과류에는 피부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특히 노인들의 피부 가려움이나 피부 건조증, 노인성 변비나 골다공증에도 좋습니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정(精)을 보충할 수 있어 보약 한 첩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정(精)을 보충할 수 있어 보약 한 첩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럼으로 사용하는 견과류에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성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한의학에서 치아는 뼈의 나머지이고 뼈가 튼튼하면 치아도 튼튼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부럼을 깨면 피부병도 예방하고 뼈와 치아도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부럼을 딱 소리가 나게 깨문다는 것은 고치법을 의미하는데 평소 치아를 아래위로 탁탁 부딪히는 고치법을 하면 치아도 튼튼해지고 치매 예방에 좋습니다.
     
    대보름에 먹는 음식으로 귀밝이술도 있습니다. 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술을 한 잔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일 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듣는다고 합니다. 술은 건강의 가장 큰 적이지만 동의보감에 술은 아주 좋은 약으로도 소개가 되어 있는데 “약 기운을 잘 퍼지게 하며 온갖 나쁜 기운과 독한 기운을 없앤다. 혈맥을 잘 통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또한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근심과 걱정을 없애며 말을 잘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술에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질병의 치료 및 건강 증진을 위한 약술을 만들기도 하는데 예를 들자면 구기자를 넣은 구기주, 오디즙을 넣은 상심주, 국화를 넣고 담근 국화주, 솔잎을 넣어 만든 송엽주 등이 있습니다. 특히 생지황, 인삼, 천문동 등을 넣은 고본주나 오수주는 노화로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치료하고 오래 살게 하며 머리털을 검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단, 대보름에 마시는 귀밝이술이나 건강 증진을 위해 마시는 약술, 식사와 곁들이는 반주 등은 절대 취하지 않게 마시는 것이 원칙이므로 하루에 한잔 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이처럼 대보름날 먹는 음식 하나하나에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깊은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의 세시풍속 중 하나로 흘려 버리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반드시 실천하고 앞으로도 늘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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