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처벌법, 민생 위한다면 개정해야 한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설] 중대재해처벌법, 민생 위한다면 개정해야 한다

    • 입력 2024.02.07 00:02
    • 기자명 MS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올 1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시행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대재해처벌법은 올 1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시행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평창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작업 중 지붕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사고는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여기저기서 이따금 발생하곤 한다. 사후에라도 원인을 조사해 책임소재를 가리고,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평창 사고는 종전과는 파장과 무게감이 다르다. 사업주에게 공포의 대상인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받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다. 징역 하한선이 1년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사업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에 중점을 둔 법이다. 이 법은 2022년 1월 27일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시행됐고, 올 1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시행됐다. 평창의 사고 사업장이 상시근로자 11명이어서 이 법 적용을 받는 강원자치도 내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경제와 기업활동은 엄연히 현실이다. 취지가 좋다 해도 현실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는 부작용을 일으킬 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무조건 중처법을 확대 시행하는 것도 그 경우다.

     50인 미만의 사업장은 기본적으로 영세해 산업안전에 쓸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직원 이직률이 높아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규모 사업장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취약하다. 여기에 안전조치 유무와 사고의 인과관계를 다루는 규정도 애매한 내용이 많아 사고 후 조사에서 걸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중소사업장 83만 7000곳 가운데 80%가량은 법 시행을 2년만 더 유예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이미 제정된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에 칼을 들이대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악법 하나로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지 않을지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사정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여당은 최근 중처법 확대 적용을 유예하자고 나선 바 있다. 그러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자 야당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확대 적용법이 시행된 이후였다. 유예가 물 건너간 뒤 유예 운운하는 건 생색내기일 뿐이다. 진정 민생을 생각한다면, 여야는 지금이라도 법 개정에 나서는 게 옳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