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떻게 해야 지사님을 뵐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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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어떻게 해야 지사님을 뵐 수 있죠?

    ■ 권소담 콘텐츠뉴스국 경제팀 기자

    • 입력 2024.02.08 00:0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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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담 경제팀 기자
    권소담 경제팀 기자

    “OO협회 기념식에 지사님이 참석하신대요. 무슨 일 있나요?”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최근 춘천에서 열린 한 행사 참석한다는 소식이 지역 경제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간 경제 관련 행사는 지사가 직접 참석하는 대신 거의 부지사가 얼굴을 비췄기 때문이다. 평소 경제계 행사에 잘 참석하지 않은 김 지사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다.

    취임 초 일었던 채권 사태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만큼 의도적으로 경제인들과 거리를 두는 것인지, 속내는 알 수 없다. 다만 김 지사의 주요 일정을 들여다보면 경제계에서 ‘홀대론’이 나오는 이유가 짐작된다. 해외 출장(6일)을 제외한, 최근 2개월간 공식 일정 144개 중 ‘경제 분야’에 할애한 시간은 중소기업 시상식과 투자 설명회, 경제인 교류 행사 등 15개뿐이었다.

    김 지사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4를 참관하긴 했지만, 이 전시회에 참가한 도내 기업은 10곳에 불과했다. 혁신기술을 배우고 미래산업 육성 의지를 알린다는 의미는 이해되지만, 당장 어려운 환경에서 지역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경제인에 대한 격려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한 경제단체 실무자는 “도청 주무 부서를 통해 간담회 자리를 요청해도 회신이 없다”며 “대체 어떻게 해야 지사님을 뵐 수 있냐”고 토로했다.

    사실 김 지사가 당선된 후 지역 경제인들은 열광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정당에서 12년 만에 배출한 도지사로, 기업 친화 기조를 펼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김 지사는 지역내총생산 100조원을 중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사에선 “강원도를 기업이 찾아오는 자유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취임 초 김 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신청을 선언하고 레고랜드 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보증을 철회하며 채권 시장이 흔들렸다. 중앙정부가 개입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으나, 이 일은 여전히 ‘강원도의 실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에 타격을 입은 분야는 강원 제1 산업인 ‘건설’이다. 제조업 중심의 다른 지역과 달리 강원지역은 체질적으로 건설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건설 수주액은 1년 전보다 48% 줄었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지역내총생산 100조원’을 달성하기 요원하다.

    기업 지원 예산도 대폭 줄었다. 경영환경 조성, 중기 금융 지원, 창업벤처 기반 등을 담당하는 도 기업지원과에 편성된 올해 예산액은 299억원으로 지난해(358억원)보다 59억원(16.5%) 감소했다. 경제정책과에서 경제기반 확립을 위해 민간단체 사업을 보조하는 예산은 2021년 9730만원에서 2024년 4560만원으로 3년 만에 반토막 났다. 기업 해외 판로 개척에 큰 역할을 했던 GTI 박람회도 사라졌다.

    대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조직된 반도체산업추진단의 예산은 1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때문에 경제계 일부 인사들은 “김 지사가 풀뿌리 경제 주체들이 터를 닦아 성실히 키워온 기존 산업에는 관심이 없고 크고 멋있어 보이는 것만 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대기업 유치는 분명 지역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언제쯤 성사될지 알 수 없다. 그 시간 속에서 현재의 지역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얼마나 많은 경제인의 노력이 희생되고 있는지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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