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리필 안됩니다”⋯외식 물가 급등에 별의별 ‘플레이션’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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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리필 안됩니다”⋯외식 물가 급등에 별의별 ‘플레이션’ 만연

    외식 업계 슈링크·스텔스플레이션 현상
    식자재값 급등에 가격 대신 양 줄여
    일부 식당선 무료 계란후라이 유료화
    고물가 장기화에 소비자 부담 이어져

    • 입력 2024.02.02 00:05
    • 수정 2024.02.02 18:17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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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유통업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플레이션’ 현상이 외식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가격은 유지한 채 음식 양을 줄이거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방식인데, 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조용한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춘천지역 고깃집 20곳의 삼겹살 1인분 중량을 살펴보니 평균 180g 수준으로 파악됐다. 적게는 150g밖에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통상 1인분은 200g이었으나 이제는 가게마다 천차만별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항정살, 가브리살 등 특수부위로 여겨지는 고기의 용량은 더욱 적었다. 강원물가정보망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삼겹살(국내산 200g)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4932원으로 지난 2022년(1만2987원)보다 14.9% 올랐다.

    용량은 줄었지만, 가격은 그대로다. 소비자들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용량이 줄었는지 모를 수 있는데 이를 외식업계판슈링크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이 현상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최근 유통업계에서 만연돼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착각하게 해 기업윤리상 올바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식당 입장에서도 판매가를 무한정 올릴 수 없으니 대신 양을 줄이는 수법이 동네 식당까지 퍼진 것이다.

    (사진=MS투데이 DB) 
    (사진=MS투데이 DB) 

     

    이뿐만 아니다. 레이더에 안 잡히는 ‘스텔스기’처럼 조용히 물가가 오르는 교묘한 스텔스플레이션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스텔스플레이션은 스텔스(Stealth)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식당에서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무료 리필 서비스를 없애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 춘천의 한 식당은 식자재값이 크게 오르자 얼마 전부터 ‘기본반찬 리필 사양’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또 다른 백반집은 무료로 제공하던 계란후라이를 추가 음식으로 바꾸고 500원씩 받고 있다. 외식 업계는 식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음식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드니 궁여지책으로 양을 줄이거나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춘천의 한 직장인은 “물가가 올라서 줄이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알게 모르게 양을 줄이거나 서비스를 빼는 건 알려줘야하지 않나. 먹고나서 기분 나쁜 것보단, 정직하게 파는 게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런 플레이션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을 줄이는 것보다 당장 숫자로 보이는 가격 인상에 소비자의 피로감이 크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밑반찬으로 자주 사용하는 채소부터 육류, 가공식품까지 안 오른 게 없으니 식당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가격은 1000원만 올려도 손님들이 거부반응을 보이니 무료 서비스를 없애거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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