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만둣국 파는 브런치 카페, 어르신도 찾는 ‘바비앤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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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만둣국 파는 브런치 카페, 어르신도 찾는 ‘바비앤밥’

    [동네 사장님] 9. 브런치 카페 ‘바비앤밥’
    리조트 내 대형 식당 주방장 출신 창업
    이웃 주민과 동행하는 석사동 ‘사랑방’
    1만2900원에 맛보는 브런치 한 그릇

    • 입력 2024.01.30 00:05
    • 수정 2024.02.06 17:26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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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잠깐만요! 이거 챙겨 가세요.”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박경남 씨가 벌떡 일어나 가게 앞을 지나던 사람을 불러세웠다. 잠시 주방에서 챙겨놨던 물건을 갖고 밖으로 뛰쳐나가 기다리던 행인에게 쥐여 줬다. 그가 건넨 것은 잘 씻어 말린 우유갑 여러 장. 폐지를 줍는 동네 어르신을 위해 일부러 모아둔 것이다.

    춘천 석사동행정복지센터 뒤편 주택가 초입, 어스름이 앉은 골목 사이로 등대같이 화사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편하게 레몬차도 한잔하고, ‘혼밥’도 할 수 있는 이 골목의 사랑방이다. 학생들에게 무료로 탄산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엔 근처 춘천교대 학생들까지 모여들고 있다.

    이곳은 연령 불문 모두에게 열려있는 브런치 가게 ‘바비앤밥’이다. 대학에서 조리과를 전공하고,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경력을 쌓은, ‘비공식 최연소 주방장’ 출신 이성수(42) 대표와 박경남(42) 바리스타 부부가 지난해 개업했다. 1만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양을 자랑하는 동네 맛집이다. 보통 이 정도 메뉴는 2만원 가까이도 된다. 이들에게 ‘사랑방 브런치’ 가게를 연 이유를 물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있는 브런치 가게 ‘바비앤밥’의 이성수(42) 대표와 박경남(42) 바리스타 부부. (사진=권소담 기자)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있는 브런치 가게 ‘바비앤밥’의 이성수(42) 대표와 박경남(42) 바리스타 부부. (사진=권소담 기자)

     

    Q.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메뉴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네요.

    (성수) 샐러드,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베이컨, 마늘빵, 아란치니로 구성된 대표 메뉴 ‘바비 좋아 브런치’를 1만2900원에 판매하고 있어요. 재료를 생각하면 비싸지 않아요. 2000원만 추가하면 음료도 드립니다. 여기에 우동착을 통해 10% 할인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또 결제 시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들에겐 무료로 음료(콜라‧사이다‧아이스티 등)를 주기도 하고요.

    (경남) 최근엔 직접 빚은 떡만둣국을 8500원에 개시했는데요. 간혹 동네 어르신들이 ‘브런치 카페’라고 하니까 들어오기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좀 더 편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친숙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요. 정작 가게에 들어오시면 ‘우리도 다 먹을 수 있는 거네’ 하는 반응이 많거든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요즘엔 매일 같은 시간에 혼자 와서 점심을 드시고 가는 어르신 손님도 계세요.

    Q. ‘아란치니’는 조금 생소한 음식이네요.

    (성수) 아란치니는 이탈리아식 ‘튀긴 주먹밥’입니다. 밥을 볶아서 카레 향을 입히고 국내산 돼지고기로 직접 만든 라구(미트 소스의 일종)를 뿌려 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죠. 창업 준비하면서 유명하다는 브런치 가게를 다녀봤지만 양이 적어서 ‘먹은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바비앤밥에서는 성인 남성이 먹어도 든든하도록 ‘밥’을 활용해 포만감을 주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메뉴에 아보카도명란비빔밥이나 해산물볶음밥, 김치볶음밥 같은 밥 종류를 많이 구비해둬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혔고요.

     

    바비앤밥의 대표 메뉴인 ‘바비 좋아 브런치’와 서해안 동죽조개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 (사진=바비앤밥)
    바비앤밥의 대표 메뉴인 ‘바비 좋아 브런치’와 서해안 동죽조개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 (사진=바비앤밥)

     

    Q. 과일 차나 에이드에는 직접 만든 청을 사용하신다면서요.

    (경남) 이건 바리스타인 제 담당이에요. 원래 제 전공은 무용인데요, 최근까지는 꽃 공방을 운영하며 플로리스트로 일했어요. 바비앤밥 창업을 준비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브런치와 잘 어울리는 고소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레몬, 청귤, 딸기, 패션후르츠 등으로 청을 만들고 이걸로 차와 에이드를 내고 있고요.

    Q. 요즘 브런치도 배달을 많이 하던데, 배달 서비스는 안 하시나요.

    (성수) 사실 매출을 생각하면 배달해야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음식이 식으면 맛이 없잖아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의 고집인데, 최상의 상태에서 손님들에게 맛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으로 배달은 하고 있지 않아요. 저렴하지만 높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점점 그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가게로 떼돈을 벌 수도 없겠지만, 손해만 보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바비앤밥은 저에게 생업 이상의 의미거든요.

     

    재작년 세상을 떠난 이성수 대표의 반려견 바비. 이 대표는 슬픔을 이겨내고자 바비를 생각하며 브런치 가게를 창업했다. (사진=바비앤밥)

     

    Q. 가게 이름에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을 그리는 마음을 담았다고요.

    (성수) 간혹 아내가 ‘바비’냐고 물으시는데. 사실 바비는 재작년에 세상을 떠난 제 반려견이에요. ‘밥’은 ‘밥 아저씨’(파마머리로 유명한 화가 밥 로스)를 닮은 저를 의미하고요. 바비앤밥은 제 반려견을 생각하며 만든 공간이에요. 바비가 갑작스레 떠난 후 슬픔에 빠져 아무런 삶의 의욕이 없었어요. 전환점이 필요한 순간에, 다시 살아보려고 바비앤밥을 창업했어요. 원래 제 특기인 ‘양식’을 전면에 내세워서요. 공간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제가 직접 꾸몄어요. 우울감이 심했는데, 창업 준비에 몰두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죠.

    Q. 지금도 가게 곳곳에 바비의 흔적이 있네요.

    (성수) 바비앤밥의 ‘포토존’인 이 그림은 처형인 박신영 작가가 선물한 ‘개화’ 작품입니다. 마음속 피어난 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나간다는 의미인데, 꽃 한 송이의 생명력이 번져서 계속 번성하듯이 저희도 그만큼 커나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림 아래쪽에 강아지 모양의 캐릭터도 그려 넣어 바비를 생각나게 하네요.

    (경남) ‘개화’ 이외에도 김춘배 서양화가나 빅터조 조각가 등 지역 작가들의 그림과 작품을 전시해뒀어요. 손님들이 지역 예술가의 작품도 감상하면서 맛있는 걸 먹고 잠시나마 힐링하고 가셨으면 해요.

     

    이성수(42) 대표와 박경남(42) 바리스타 부부. (사진=권소담 기자)
    이성수(42) 대표와 박경남(42) 바리스타 부부. (사진=권소담 기자)

     

    Q. 앞으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대한 계획도 있으시다고요.

    (경남) 처음 사업을 구상할 땐 반려견 동반 카페를 하고 싶었지만, 공간 확보 문제로 인해 일단 미뤄뒀어요. 언젠가는 강아지와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결혼 전 제가 키우다 데려온 반려견 ‘로미’도 함께 하고 있거든요.

    (성수) 바비에게 좋은 재료로 수제 간식을 만들어주던 것처럼 언젠가는 반려견 먹거리를 상품으로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마음을, 주변의 이웃과 단골들에게 나누고 싶어요. 가게 주인과 손님으로 만났지만, 그 사이에는 친근함과 따뜻함이 있잖아요.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 받죠. 가게의 문턱을 낮춰 더 가까이에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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