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출신 사장님이 ‘필리핀 영어캠프’를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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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전사 출신 사장님이 ‘필리핀 영어캠프’를 떠난 이유

    필리핀 영어 캠프로 시작한 교육 사업
    청창사 졸업, 화상 교육 플랫폼 개발
    특전사 출신 사업가의 인생 역경

    • 입력 2024.01.21 00:03
    • 수정 2024.01.26 00:2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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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방학 시즌 사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본격적인 겨울방학에 들어가면서 동남아 등 해외로 떠나는 영어캠프 인기도 치솟고 있다. 아이가 단기간 몰입해 영어 친화적인 환경에서 지낼 수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보호자 동반도 가능해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이희재(41) 씨스(SIS) 대표도 최근 ‘씨스 어린이 영어캠프 18기’ 팀을 꾸려 필리핀으로 떠났다. 참가자들은 총 30명으로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생부터 중학생 나이대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캠프 기간 전용 숙소에 머물며 필리핀 원어민 교사에게 1:1로 영어를 배운다. 필리핀은 과거 미국 식민지였던 역사적 배경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영어캠프는 경험이 적은 젊은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곤 한다. 하지만, 씨스의 경우 책임자인 이 대표가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때부터 귀국하기까지 전 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하며 관리하는 것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이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군복무를 특전사로 마치고, 장기 복무 권유를 받았지만, 그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중국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회사를 만들어봤고, 실패를 경험했다. 취업하는 게 낫다 싶었는데 당시 외국어 능력을 중요시했던 취업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몸으로 부딪혀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가 영어교육과 인연을 맺은 계기다.

    영어 공부의 ‘꾸준함’을 강조하는 그는 캠프 참가자들이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지속해서 원어민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대면이 어려웠고, 부침을 겪었다. 화상영어사업은 여기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캠프 참가자를 대상으로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적이었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이제는 학원교육을 넘어 춘천의 ‘시원스쿨’(인터넷강의 영어교육 브랜드)을 꿈꾸는 이희재 씨스 대표를 만났다.

     

    특전사 출신으로 영어 교육 사업에 뛰어든 이희재(41) 씨스 대표. (사진=씨스)
    특전사 출신으로 영어 교육 사업에 뛰어든 이희재(41) 씨스 대표. (사진=씨스)

     

    Q. 처음엔 ‘교육’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을 시작하셨다면서요.

    인생사를 이야기하자면 정말 길어요. 특전사로 입대하고 24살에 중사로 전역하면서 말뚝을 박으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사업해서 돈을 벌고 싶었어요. 당시 중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다 파는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환율 문제로 힘들었고, 결국 사업을 접었죠. 취업을 시도했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안 받아주더라고요. 그래서 필리핀에 영어를 공부하러 갔죠.

    Q. 필리핀과의 인연이 그때 시작됐군요.

    필리핀에서도 무역업을 했는데,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귀국해 2년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그 사이 현지 사업체는 공중 분해됐고요. 인연이 있던 분에게 필리핀 세부에서 영어캠프 동업을 제안받고 처음으로 영어캠프 사업을 경험했어요. 씨스의 뿌리인 ‘다니엘 영어캠프’ 1기는 이렇게 출발했고, 2기부터는 독립을 했습니다. 방학마다 운영되는 캠프가 벌써 18기까지 왔네요.

    Q.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안정적인 삶을 꿈꾸지는 않으셨나요?

    빚을 떠안고 귀국하길 여러 번이었는데, 한국에선 나이 서른이 넘어 취업할 기회가 없었어요.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 진득하게 시험을 준비하거나 공부할 시간도 없었죠. 당시 숙박업소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다시 보조배터리 무역을 하면서 빚을 많이 갚았어요. 그렇게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사업을 시작했죠.

     

    필리핀 수빅 현지에서 영어 캠프에 참가한 학생이 원어민 교사와 1대 1로 수업하고 있다. (사진=씨스) 
    필리핀 수빅 현지에서 영어 캠프에 참가한 학생이 원어민 교사와 1대 1로 수업하고 있다. (사진=씨스) 

     

    Q. 현재와 같은 형태의 영어캠프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제가 직접 현지 학원 건물과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안정성을 높였어요. 현재 캠프를 운영하는 필리핀 수빅(Subic)은 과거 미 해군기지로 쓰이던 지역이예요. 자유경제특구로 지정돼 인프라가 좋고 치안도 안전합니다. 저희는 자체 학원 시설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진행해요. 물론 수업은 현지 대학 출신 교사와 1:1로 진행합니다. 수학 과목은 한국인 교사를 채용해 선행 학습을 지도해주고요. 한국에 직원 6명, 필리핀에선 40명의 직원이 함께합니다. 씨스와 함께하는 식구만 50명이에요.

    Q. 화상 영어는 캠프 참가자들을 위해 시작하셨다고요.

    학생들이 캠프가 끝난 뒤에도 방학 때 배웠던 선생님과 계속 수업을 이어가길 바랐어요. 이런 구조를 확립하면 현지 원어민 교사들도 일자리를 유지하며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요.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점점 화상 영어 수요도 늘었어요. 수강회원 10명 중 8.5명이 재수강을 하고 있고, 전체 회원 중 매일(주 5회) 수업하는 경우가 76%나 됩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나 사업을 하는 회원들도 많아요. 상담 후 단계 테스트를 거쳐 수업이 시작됩니다. 월 1회 학습 진도와 현재 실력 등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하고요.

     

    씨스 회원 학생이 화상 영어 프로그램으로 공부하고 있다. (사진=씨스)
    씨스 회원 학생이 화상 영어 프로그램으로 공부하고 있다. (사진=씨스)

     

    Q. 영어캠프와 화상영어 플랫폼 사업을 춘천에서 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학부모님들께 “왜 춘천에 계세요?”란 말을 듣기도 했어요. 영어캠프 참가자는 대부분 교육열이 높은 서울, 경기지역 학생들이거든요. 근데 전 춘천 사람이잖아요. 여기서 태어났고, 가족들도 이곳에 있죠. 캠프 운영과 화상 영어는 지역 제한이 없는 업종이에요. 고향에 있으면서 여러 분야를 시도하고 싶어요. 작년에 정리했지만, 춘천에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활용한 영어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었고요. 지역 상생 차원에서 우동착을 통해 화상 영어 1개월 수강료를 10% 할인받을 수 있는 기회도 드리고 있어요.

    Q. 화상 영어 플랫폼도 직접 개발하셨다면서요.

    처음에는 타사의 플랫폼을 썼는데, 관리가 부실해 강사와 학생 모두 불편해하더라고요. 자체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죠. 전 사업 노하우를 현장에서 배웠지, 제대로 경영에 관해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두 번의 도전 끝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강원청년창업사관학교 12기에 들어가 창업에 대한 밀도 있는 강의를 들었어요. 이 교육으로 지원금을 받아 메타팝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s, 학습 관리 시스템)를 개발했습니다. LMS는 비대면 화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관리 솔루션인데요. 온라인 회원, 수업 진행 상황, 결제, 교재 등 다양한 영역을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씨스는 필리핀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화상 영어 교육을 제공한다. (사진=씨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도 사업은 잘되고 있어요. 영어캠프는 겨울방학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여름방학 참가자 모집이 끝날 정도거든요. 하지만 항상 불안해요. 그래서 다음을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수익은 대부분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의 자산으로 투자했어요. 사업 방향을 화상 교육 플랫폼에 초점을 둔 만큼, 메타버스를 활용한 영어 수업 등을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언젠가 가상 공간에 씨스의 교육 시설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즐기면서 영어를 배우는 날을 꿈꿉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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