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독립한 가난한 성인’을 위한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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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독립한 가난한 성인’을 위한 축사

    • 입력 2024.01.17 09:12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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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 초는 입학보다 졸업이 먼저 찾아온다. 특히 초·중·고등학교 12년의 교육을 마치고 성인으로 입문하는 고등학교 졸업식은 특별하다. 한국의 청년들이 ‘독립한 가난한 성인(Independent Poor Person)’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진심 어린 축사를 전한다.

    원하는 대학교 학과에 입학하게 된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초, 중, 고등학교 12년 동안의 학업을 마치고 그간의 노고가 결실을 맺게 되었네요.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원하는 바를 마음껏 이루고, 미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하여 대학 생활을 즐기고, 도전과 모험으로 내가 잘 모르던 나를 찾아가는 시간도 가져 보기 바랍니다. 이것이 지난 12년간의 학업과는 다른 대학생다운 배움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채워 나가는 모든 청춘 스토리를 응원하면서 박수와 격려를 보내겠습니다. 비록 원하는 대학과 학과는 아니지만 수시 합격증을 받은 여러분, 또 정시모집에 지원하여 합격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여러분, 무사히 대학에 입학하는 기회를 맞이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저자는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17년간 대학생을 가르쳐 왔습니다. 그동안 학과의 가장 큰 변화의 하나는 학생 구성의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신입생이 4년간 한 대학의 한 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졸업하는 것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학과로 입학한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우리 대학도 다른 대학으로부터 들어오는 3학년 편입생의 비중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비록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더라도 복수전공, 편입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오바마 대통령이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것은 기억하지만 그가 하버드대학을 지역의 전문대학에서 편입한 경력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입학한 대학이나 학과는 그저 처음 들어선 문입니다. 그 문 앞에 주저앉은 채, 앞으로도 열어젖혀야 할 수많은 관문들을 놓치지 마십시오. 대학이 제공하는 수많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신만의 길 위에 서 있기를 기원합니다.

    재수를 준비하거나 바로 사회로 진출을 준비하는 여러분, 인생 100세 시대 진정한 승자가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초고령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40대 경제인구보다는 60대 경제인구가 더 많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승자는 이제 논란의 여지없이 거북이가 아닐까 합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이것저것 도전하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가다 보면 내가 걸어온 걸음들이 길이 될 것입니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나만의 브랜드를 장착한 황홀한 60대 거북이가 되어 있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저자는 교육재정을 공부하는 학자입니다. 우리나라 국가장학금제도를 설계하고 보다 저렴한 이자로 학자금대출을 개선하는 연구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러분을 ‘Independent Poor Person’, 즉 ‘독립한 가난한 성인’이라고 부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보호자의 그늘에 있지만, 이제 드디어 독립한 성인으로 살아가는 시점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보호자의 경제력이 더 이상 여러분의 강력한 권력이 되지 않습니다. 부유한 부모에 거만하지 말고, 가난한 부모에 기죽지 말고, 여러분의 잠재력을 날개로 하여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십시오. 대학과 사회에는 출석 체크를 해주는 담임 선생님이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 대학의 장학부서, 취업부서, 상담부서, 학사지원부서, 도청과 시청의 지원 부서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진정 독립하여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이렇게 멋진 Independent Poor Person을 키워주신 부모님들과 고등학교 교직원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 역시 자녀로부터 학생들로부터 독립해서 우리 인생을 즐길 준비를 합시다. 그러면서 졸업생들이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여 우리를 찾아올 그날을 함께 믿고 기다리면서 축복해 줍시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앞날에 용맹한 청룡의 기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모두 모두 졸업을 축하합니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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