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레트로 데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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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하는 ‘레트로 데이’를 기대한다

    ■[MS투데이 칼럼] 윤수용 콘텐츠제작국장

    • 입력 2024.01.11 00:01
    • 수정 2024.01.12 00:12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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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용 콘텐츠제작국장
    윤수용 콘텐츠제작국장

    ‘TV는 장식용’이란 외신이 타전됐다. 국제뉴스를 담당하는 필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제목이었다. 외신은 ‘휴대전화에 빠진 중국인 70%가 TV를 안본다’는 리드 문장으로 시작했다.

    펑파이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를 인용하면 중국 첸잔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 2022년 중국의 TV 사용률이 30%를 밑돌았다. 이는 2016년 7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불과 6년 사이에 40%포인트(p)나 급감한 수치다. 중국 매체 신랑과기가 작년 10월 시행한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4183명 가운데 ‘수개월 동안 TV를 켜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2명 중 1명에 달했다. 또 19.6%는 ‘가끔 본다’고 답했다. 반면 매일 하루 1∼2시간 시청한다는 응답자는 15.6%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기기 보급 확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 TV를 보기 위해 많은 광고를 시청해야 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수백개에 달하는 채널을 돌리는 수고스러움도 감수해야 한다. 중국 언론은 TV 시청 인구가 줄면서 가전업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통계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TV를 보는 사람의 비율은 30대만 해도 응답자의 67.8%였다. 하지만 10대로 한정하면 25.2%에 불과하다. 일상생활에서 TV가 필수인가에 대한 질문에 10대와 20대의 응답은 각각 1.6%에 그쳤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걱정은 TV 시청 감소가 아닌 모바일 전성시대에서의 가족 커뮤니케이션 종말의 심각성이다. 반세기 전에 ‘Video Killed The Radio Star’란 팝송이 유행했다. 비디오(TV)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의미다. 이 노래는 미디어의 변천사와 콘텐츠 플랫폼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수도 없이 인용됐다. 영국 그룹 버글스가 1979년 선보인 노래는 실력을 바탕으로 한 무대형 가수의 시대가 춤으로 무장한 비주얼 가수들의 시대로 넘어간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미국의 음악전문 채널 MTV는 1981년 8월 1일 개국하면서 맨 먼저 이 노래를 앞세웠다. 

     

    현재 우리는 ‘Mobil(스마트폰) kill the family Love(가족애)’ 시대를 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우리는 ‘Mobil(스마트폰) kill the family Love(가족애)’ 시대를 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우리는 ‘Mobil kill the family Love’, 즉 스마트폰이 가족애를 죽이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집마다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TV의 존재에 의구심이 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부분 가정은 함께 TV를 보는 시간보다 각자 스마트폰을 탐닉하는 풍경에 익숙하다. TV는 채널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하이라이트나 요약본을 보고, 이마저도 빨리 감기로 시간을 단축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과의 대화나 교류는 사치다. 더욱이 명절날 가족과 함께 거실 TV 앞에 모이는 것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게 일상이 됐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 손에도 스마트폰이 있다, 오랜만에 외식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먹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이야기를 하자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거나 ‘꼰대’로 낙인찍힌다.

    설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시대로 변하고 신문물이 나와도 우리는 고향으로 회귀하는 습성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스마트폰을 던져두고 오랜만에 고향 집 거실 TV 앞에서 오순도순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아날로그 추억에 잠겨보는 게 어떨까. 단 하루라도 가족애로 모바일기기를 물리치는 ‘레트로 데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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