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파파구조대’가 지킨다⋯가족 환경지킴이가 만드는 깨끗한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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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는 ‘파파구조대’가 지킨다⋯가족 환경지킴이가 만드는 깨끗한 춘천

    [MS투데이 창간 4주년 기획] 당신 덕분에 춘천이 좀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①
    가족 단위 자원 순환 실천가 ‘파파구조대’
    장교 출신 아빠가 이끄는 자연 보호 활동
    동시 작가 엄마와 함께 환경 그림책 독서
    따뜻한 가족이 만드는 춘천의 ‘푸른 하늘’

    • 입력 2024.01.13 00:06
    • 수정 2024.01.19 17:11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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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간 이래 ‘우리 동네’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잃어버린 반려묘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부터, 아이들에게 무료로 보드를 가르치는 ‘교수 출신 60대 롱보더’, 수능을 앞두고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고3 사장님’까지. 우리 삶의 가까이에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이웃의 사연을 조명했습니다. 갑진년 창간 4주년을 맞은 MS투데이는 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는 당신이 있어 우리는, 그리고 춘천은 조금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편집자 주>

     

    파파구조대가 MS투데이의 4주년을 축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리(39)씨, 김하늘(9)양, 김푸른(7)군, 문재림(39)씨. (사진=권소담 기자)
    파파구조대가 MS투데이의 4주년을 축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리(39)씨, 김하늘(9)양, 김푸른(7)군, 문재림(39)씨. (사진=권소담 기자)

     

    “우리 같은 평범한 시민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MS투데이가 얼마나 지역 공동체를 아끼는지 알 수 있었어요. 우리 가족은 환경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는 초보자거든요.”

    ‘평범한 시민’이라고 했지만, 환경과 미래를 사랑하는 이 가족의 다짐은 결연하다. 1호 대원인 아빠 김보리(39)씨와 2호 엄마 문재림(39)씨, 3호 김하늘(9)양, 4호 김푸른(7)군 모두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자녀의 이름마저 ‘푸른 하늘’이다. 이들은 7개월 전부터 ‘환경을 수호하는 구조대’를 자청한 가족 환경지킴이 ‘파파구조대’다.

    보리씨는 지난해 6월 소셜미디어(SNS)에 파파구조대 계정을 만들어 ‘대원들’의 자원순환 실천을 기록하고 있다. 쓰레기를 줍고, 꼼꼼하게 폐자원을 분리 배출하는 과정, 일회용품 대신 ‘용기내’ 저녁거리를 포장하는 일상을 공유한다.

     

    파파구조대를 이끌고 있는 1호 대원 김보리씨. (사진=파파구조대)
    파파구조대를 이끌고 있는 1호 대원 김보리씨. (사진=파파구조대)

     

    ▶ 다큐 한 편이 바꾼 매일의 일상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 가족은 물티슈를 애용하고 배달 음식을 즐기는 특별할 것 없는 시민이었다. 평범한 가족이 파파구조대로 거듭난 데에는 의류가 버려지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생각 없이 버린 옷이 아프리카에서 거대한 옷 무덤이 되는 걸 보고 위기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잊고 있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초 김씨 가정에 악재가 연이어 생기면서 식구들을 뭉치게 할 계기도 필요했다. 아빠가 주도해 가족이 함께 자원 순환과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 문제인 만큼,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해 가족부터 움직이자는 결심이었다.

    육군 대위로 전역한 보리씨를 따라 가족은 3년 전 인제에서 춘천으로 이사했다.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고, 육아에 필수적인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을 찾은 끝에 춘천을 택했다. 다만 밖에서 봤을 때 춘천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일상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보리씨는 “시민들이 함께 쓰레기를 줍는 ‘쓰담춘천’에 참여해, 철새들이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있는 걸 보고 의암호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됐다”며 “초보자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고, 알기 쉽게 자원순환 방법에 대해 전달하려고 SNS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에서 자원 순환과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파파구조대의 활동. 이 가족은 분리 배출을 위해 재질별로 꼼꼼하게 분류하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이용해 포장하며, 플라스틱 생수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 (사진=파파구조대)
    일상 속에서 자원 순환과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파파구조대의 활동. 이 가족은 분리 배출을 위해 재질별로 꼼꼼하게 분류하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이용해 포장하며, 플라스틱 생수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 (사진=파파구조대)

     

    생각이 변하자, 생활도 바뀌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야 했던 아이들 옷도 가짓수를 줄였다. 작아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은 바로 버리지 않고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한다. 재림씨는 “쉽게 사면 쉽게 버릴 것을 아니까, 구매 전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더 생각하게 된다”며 “버리기 전에 재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고, 수선집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2~3번 내다 버리던 일반 쓰레기도 주 1회로 줄었다. 필수품처럼 구매하던 물티슈는, 삶으면 새것처럼 변하는 소창 행주가 대신했고,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수세미’가 주방을 차지했다.

    ▶ 환경 사랑으로 하나된 가족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실천은 쉽지 않다. ‘푸른 하늘’에게 환경 정화 활동이 항상 유쾌한 일인 것만은 아니다. 푸른 군은 공지천에서 쓰레기 줍는 자신을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매는 자연을 지키는 행동을 했을 때 기뻐하는 아빠의 얼굴을 보며 한 번 더 용기를 낸다. 하늘 양은 “쓰레기를 주워서 좋은 건, 끝나고 아빠가 맛있는 걸 사주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수구 주변에 쌓인 담배꽁초나 공지천의 비닐 쓰레기를 주울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만천천 일대에서 쓰레기 줍기에 나선 파파구조대. (사진=권소담 기자)

     

    보리씨와 재림씨는 아이들이 좀 더 즐겁게 환경 보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놀이와 자원순환 활동을 결합해 교육하고 있다. 평소 자연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며, 뒷산에 놀러 가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식이다.

    환경에 관한 책도 많이 읽는다. 하늘 양은 엄마와 함께 읽었던 인상적인 책으로 ‘숲을 그냥 내버려 둬’를 꼽았다. 편리함을 추구하다 자연이 파괴되고, 숲이 독성 물질로 뒤덮이는 꿈에서 깨어나는 내용이다. 푸른 군은 초능력자가 돼 물고기와 함께 바다 폐기물을 치운다는 내용의 ‘초능력을 빌려드립니다’를 재밌게 읽었다. 책에서 본 내용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지난 여름방학에는 직접 동해안에 가서 해변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동우(童友)라는 필명으로 동시 작가 활동을 하는 재림씨는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딸인 하늘 양을 화자로 시를 쓰기도 하고, 춘천의 자연에서 뛰놀고 자전거를 타는 일상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다.

     

    하늘양이 하천변에서 주운 쓰레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 환경 보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파파구조대는 미래 세대를 위해 실천적인 삶을 지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상을 살다 보면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거나 꼼꼼하게 분리배출을 못 하는 날도 있지만,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보리씨는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모두가 환경에만 미쳐있는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는 아니다”라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원순환을 위해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파구조대의 꿈이 있다면, 춘천이 환경과 자원순환 분야에서 제1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이나 코팅 종이를 별도로 수거해 자원화하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거점 공간이 골목골목 들어서는 춘천을 꿈꾼다.

    보리씨와 재림씨는 “하늘이와 푸른이가 배운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왜 환경을 지켜야 하는지 생각했으면 한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하며,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파파구조대로 인해 오늘 춘천의 하늘은, 조금 더 푸르러졌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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