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퇴계동과 춘천: 퇴계동과 퇴계 이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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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퇴계동과 춘천: 퇴계동과 퇴계 이황

    • 입력 2024.01.04 00:00
    • 기자명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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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광복 이후 한국은행이 설립되고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 세종대왕, 율곡 이이, 충무공 이순신, 퇴계 이황, 사임당 신씨가 있다. 그러나 지폐 1호 인물은 이승만 대통령으로 1950년 8월 발행한 1000원권에 등장했다. 이후 1956년 500환권에 다시 등장했다가 1960년 4·19혁명으로 하야할 때까지 지폐모델을 독점했다. 특이 사항으로 사임당 신씨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이씨라는 공통점이 있다. 

    천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퇴계 이황 선생은 춘천의 퇴계동 지명유래에 수없이 언급되고 있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우선 퇴계(退溪)라는 한자가 같고 퇴계 이황의 어머니가 춘천 박씨라는 점, 퇴계 선생이 강원도 최초 사액서원인 문암서원 배향 인물이란 점, 공지천 공지어 유래에 퇴계 선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퇴계 선생의 춘천 연관성은 매우 높다.

    퇴계동 유래에는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는 효자 반희언이 등장한다. 그는 한겨울 산딸기와 물고기가 먹고 싶다는 어머니를 위해 대룡산 눈길을 헤쳐 산딸기를 구하고 꽁꽁 언 강에 나가 하늘에 기도하고 얼음을 깨고 나온 물고기를 구해 가져다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무덤을 개울가에 쓴 까닭에 홍수로 물이 들이닥쳐 무덤이 떠내려갈 지경이 됐다. 이에 효자는 물길이 무덤을 피해 되돌아나가기를 울부짖으며 기도했고 효심에 감동한 하늘이 물길을 뒤로 물러나게 해 무덤을 지킬 수 있었다. 이에 감동한 사람들이 그 개울을 ‘물러난 개울’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물린 개울-물린개-무린개-무릉계로 변화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난 개울을 한자로 표기해 退溪(퇴계)라고도 불렀다.

     

    춘천 공지천의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춘천시청 제공)
    춘천 공지천의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춘천시청 제공)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퇴계 이황 선생이 퇴계동에 거주할 때 용궁 용왕의 자식이 강아지로 변신해 가르침을 받고 크게 깨닫자 그 고마움으로 퇴계를 용궁으로 초대했다. 퇴계가 후한 대접을 받고 용궁에서 나올 때 용왕이 짚을 주며 조금씩 잘라 반찬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짚을 조금씩 잘라 요리하자 물고기로 바뀌었으며, 그 후 퇴계가 남은 짚을 개울에 넣자 수많은 물고기로 변했다. 그 물고기가 바로 맛이 일품인 공지어이며, 이 물고기가 사는 개울이라 하여 공지천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퇴계 이황 선생의 어머니가 춘천 박씨인 점도 주목된다. 춘천 박씨는 고려 때 좌명공신에 책록되고 춘성부원군에 봉해진 박항(朴恒) 선생을 시조로 하는 명망 높은 가문으로, 현재 춘천을 관향으로 하는 유일한 성씨이기도 하다. 박항 선생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29세 손인 경명왕의 일곱 번째 자제인 강남대군 박언지(朴彦智)의 10세 손으로 춘주(春州·춘천)의 관리를 지냈다. 특히 원나라에 왕을 호종하여 다녀왔고, 몽골 4차 침입으로 춘천이 유린당하자 봉의산성에서 산화한 지역 어르신 300여구의 시신을 장사지냈을 뿐만 아니라 전쟁 당시 실종된 부모님을 찾고자 원나라를 두 차례나 다녀온 효자이기도 하다. 

    퇴계동 지명 관련 이야기 속에는 효도와 보은이라는 주제가 들어 있다. 퇴계천을 따라 올라가 만나는 정족리 일대를 무릉계라 불렀는데, 이는 퇴계동이 무릉도원이라는 이상세계로 인식되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천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퇴계 이황 선생. (사진=한국조폐공사)
    천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퇴계 이황 선생. (사진=한국조폐공사)

     

    퇴계 이황 선생은 강원 최초의 사액서원인 문암서원 배향 인물일 뿐만 아니라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중 하나로 지폐에 등장할 만큼 현재까지 추앙받는 우리나라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 인물의 어머니가 춘천을 관향으로 하는 춘천 박씨라는 사실만으로도 춘천인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퇴계동의 지명과 이황 선생의 호가 일치하면서 그 연관성이 한껏 높아질 수밖에 없고, 효도와 보은이라는 상징을 지닌 마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허준구 필진 소개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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