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새해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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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새해 단상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2 14:41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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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경기가 엉망이라 해도 연말 세밑 분위기는 언제나 들뜨기 마련이다. 달력에서 가장 앞에 달린 숫자가 2023에서 2024로 바뀐다고 해서 우리가 흥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새해라고는 하지만 1월 첫 번째 떠오르는 오늘의 해가 12월 마지막으로 지던 어제의 해와 다를 리 없지 않은가. 어떻게 새로워져야 하는가? 새해는 무엇인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단상 하나

    목둘레만 52cm였단다. 어떤 주먹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도 맞으면 아픈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나름대로 계획은 가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맞기 전까지는.” 다들 너무 당연한 것처럼 매년 1월이 되면 한 해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12월이 되면 역시 당연한 모두의 수순처럼 한참 미달된 목표를 마주하고 스스로 불성실을 자책한다. 의지박약이나 작심삼일이 문제가 아니다. 조그만 링 위에서 맨몸의 상대와 붙어도 생각대로 안 되는데 무한 변수로 무장한 미래와 한판 붙어야 하는 일년 인생을 관리하는 계획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어차피 생각대로 안되는 인생이라면 계획을 세우기보다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삶이 아무리 에상치못한 펀치를 던지더라도 귀라도 물어뜯겠다는 다짐을 2024년 첫번째 의례로 만들자.

    단상 둘

    새해를 시작하면서 의연하게 맺는 내 다짐 중에 매년 빠지지 않은 것은 ‘여행하기’이다. 아무리 바빠도 여행을 많이 다니겠다는 것인데 연말이 되어 돌아보면 헛결심이 되어 있기 일쑤다. 사실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가까운 곳이라면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여행을 끝나고 돌아왔을 때 스스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맺어지지 않은 실연의 상처를 극복해서 돌아오겠다는 여행의 계획과 고된 밥벌이의 속박을 벗어내고 돌아오겠다는 여행의 계획은 다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어떤 상태에 이르기를 원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어디에서 묵을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가 다르게 고려되어야 한다. 떠나는 ‘이유’가 우선이고 경험하는 ‘계획’은 나중이다. 이유도 모르고 떠나 과정만을 계획하는 여행은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단상 셋

    누구는 현대를 ‘VUCA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점점 변화는 빨라지고(Volatile) 뱡향은 불확실(Uncertain)해지는데 문제는 복잡(Complex)하고 해결책은 모호(Ambiguous)해진다는 것이다. 2024년은 전년보다 더 그러할 것이다. 계획했던 생각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수도 있다. 다시 시도해야 한다. 시도와 실패를 반복 실행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해는 숫자가 바뀐 달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무릅쓰고 거듭 실행하는 낙관주의가 만드는 것이 아닐까? 모두 2024년을 잘 맞이하시라.

     

    ■ 박정환 필진 소개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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