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공지천과 공지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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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공지천과 공지천교   

    • 입력 2023.12.21 10:01
    • 수정 2023.12.21 10:02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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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공지천의 이름은 고은리에서 흘러내리는 곰진내(곰지내)에서 유래했고, 곰진내의 ‘곰’에는 ‘신성하다’ ‘크다’란 뜻이 내재해 있어 공지천은 ‘신성하고 큰 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춘천에는 40여개의 지천이 있는데 그중 공지천에는 5개의 지천이 흘러든다. 대룡산 고은리에서 흘러 내려온 신촌천, 사암리에서 흘러내려와 태백교 근처에서 합류하는 학곡천, 거두리에서 발원해 합류하는 후하천, 금병산 정족리에서 흘러내려와 합류하는 퇴계천, 교동과 효자동에서 발원해 합류하는 약사천 등이 흘러들어 공지천을 이룬다. 

    춘천은 1960~70년대 전국 동계체전이 열리던 동계스포츠의 본산이었다. 당시 공지천은 하천의 폭이 지금의 두 배 정도로 넓어서 200m 규격의 빙상 트랙을 조성할 수 있었고 이곳에서 전국 동계체전을 충분하게 치러낼 수 있었다. 요즘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을 두고 지자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춘천이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대한민국 빙상의 원류였다는 가장 중요한 근거를 공지천에서 찾을 수 있다. 

    공지천은 편하게 나들이하기 좋은 곳 가운데 하나다. 공지천을 사이에 두고 의암공원과 조각공원이 마주하고 있을뿐더러 경치 좋은 곳곳에 음식점과 카페가 있다. 또 공지천의 상징처럼 수상상점이 자리하고 있어 낭만의 도시란 수식이 따르기도 한다.

     

    1984년의 공지천.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허일영 씨 제공)
    1984년의 공지천.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허일영 씨 제공)

     

    의암공원은 한말 의병 총대장을 역임한 의암 류인석의 호에서 이름을 취해왔으며, 이 공원에는 의암 류인석 동상은 물론 의암 류인석의 8촌 조카며느리로 4대에 걸쳐 의병투쟁의 중심에 있던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동상이 있다. 또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 등이 있어 나라 사랑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의암공원 맞은편 조각공원에는 춘천이 자랑할만한 언론인이자 어린이날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청오 차상찬 동상을 비롯한 다양한 조각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조각공원 바로 곁에는 에티오피아 황제 셀라시 방문을 기념해 1968년 조성한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 기념탑’이 있다. 이때 셀라시 황제가 전해준 커피로 춘천은 커피 도시라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게 됐고, 여기에 에티오피아 커피전문점과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세워 커피 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1929년의 공지천교 모습. (사진=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1929년의 공지천교 모습. (사진=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근대 문헌 기록에 따르면 공지천에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가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 중반 간행된 ‘여지도서(輿地圖書)’와 19세기 초반 간행된 ‘춘천읍지(春川邑誌)’에 공지천교가 등장하며, 다만 조선시대 설치된 공지천교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1922년 서울~춘천 간 신작로가 건설되면서 조선시대 설치된 공지천교는 이때까지도 흑교(黑橋)로 불리면서 건재했다. 흑교는 보통 통나무로 다리를 놓고 다리의 부식을 막기 위해 통나무 겉을 까맣게 불로 태웠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1925년인 을축년 대홍수 때 흑교는 완전히 파손됐고, 1928년 12월 가설 계획이 세워져 이듬해인 1929년 8월 길이 90m, 폭 6m, 높이 5m의 철근 콘크리트 교량으로 건설됐다. 이로써 1930년 신연교가 준공되면서 서울~춘천 간 도로가 완공됐다.

     

    공지천과 팔각정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허일영 씨 제공)
    공지천과 팔각정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허일영 씨 제공)

     

    일제강점기 완공된 공지천교는 1966년까지 이어졌지만, 교량 폭이 좁아 급증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급커브 구간으로 교통사고가 만연했다. 이에 기존 다리 옆에 길이 105m, 폭 11.5m의 2차선 교량을 준공했고 2002년 12월 지금의 4차선 교량으로 확대했다. 1975년 기존 다리의 상판을 걷어내고 아치 모양으로 다리를 만들고 다리 중간에 일명 호수의 집으로 불리는 팔각정을 지어 춘천의 랜드마크가 됐다. 2004년 환경정화라는 이름 아래 팔각정은 철거됐지만, 교각은 아치 형태의 상판에 덮여서 95년의 세월을 견디며 춘천에서 제일 오래된 교각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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