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교육발전특구’는 공교육 혁신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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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교육발전특구’는 공교육 혁신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을까?

    • 입력 2023.12.20 00:00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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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공공문서에서 ‘지방’보다는 ‘지역’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방은 행정 구분의 맥락에서(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은 지리적 영역 구분에서(예, 강원지역, 경북지역, 서울지역) 사용된다. 그러나 지방이라는 단어에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선 부정적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곳, 경제나 문화가 열악한 곳, 할 수 없이 머무는 곳 등, 열등감이나 패배주의 이미지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방시대, 지방 주도 균형발전, 지방분권 등이 정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지방’이라는 단어가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주도하던 고등교육 지원정책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위임하고 있다. 물론 1991년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시작되고, 2010년 7월 1일부터 주민 직선에 의한 민선 교육감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초·중등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도 교육청(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시·도지사)가 협력하여 교육 정책이나 사업을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분권화가 추진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가 대표적이다.

    최근 정부는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으로 4대 특구를 제안하였다. 교육발전특구(지역 공교육 혁신 인재양성 기반 강화), 기회발전특구(지역 내 좋은 일자리 증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도심융합특구(지방대도시에 거점 복합 개발을 통한 지방활성화 기반 구축), 대한민국문화특구(로컬 콘텐츠 중심의 지역문화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통해서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미했던 가장 큰 요인이 ‘교육’과 ‘문화’등 소프트 콘텐츠의 결핍 때문이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제안이다.

    교육발전특구(이하 교육특구)의 핵심은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교육 혁신 방안을 도출하고 시행하는 데 있다. 그리고 유아-초·중등-고등교육의 전 과정에 걸쳐서 지자체-교육청-지역산업 간 긴밀한 연계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유아교육 단계에는 돌봄 강화를, 초·중등교육 단계에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통해 학업성취도 상승과 사교육비 감소를, 대학교육 단계에는 지역인재의 대학 입학과 취업률 상승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교육특구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방의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방의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개혁을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과업은 바로 중등교육 단계의 과감한 공교육 혁신이다. 이는 현대 공교육의 기본적 원리인 ‘국가관리’와 ‘평등성’(이윤미, 2001)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동안 국가는 공교육 제도를 통하여 개인들이 (귀속적 지위나 배경과 무관하게) 능력을 발휘할 균등한 사회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회통합과 질서유지의 책무를 다하여 왔다. 이제 지방시대를 맞이하여 공교육은 ‘국가관리와 평등성’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질적인 분화(새로운 학교 유형의 등장)를 꾀해야 한다.

    저자는 최근 융합교육 연구를 하면서 미국의 MC²STEM 고등학교를 접한 적이 있다. 이 학교는 2008년 오하이오주에 개교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제너럴 일렉트릭(GE)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기업 내부에서 운영되는 미국 최초의 공립 고등학교이다. 9학년은 오대호 과학센터에서, 10학년은 Tri-C대학 캠퍼스에서, 11-12학년은 클리브랜드 주립대학 내에 캠퍼스에서 학년에 따라 캠퍼스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학습을 경험하고 GE를 포함한 여러 기업에서 인턴십 기회를 갖는다.

    강원대학교 캠퍼스 혁신파크 안에 이러한 고등학교가 설립되는 것은 어떤가? 춘천에 과학고를 설립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성화고를 기반으로 공교육의 역사적 성과를 위배하지 않으면서 혁신적인 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장차 강원도형 교육특구가 이러한 공교육 혁신의 트리거(trigger)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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