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마 기념회’ 된 출판기념회,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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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출마 기념회’ 된 출판기념회,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나

    • 입력 2023.12.21 00:01
    • 수정 2023.12.22 01:29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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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만 되면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춘천에서도 수차례 열리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선거철만 되면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춘천에서도 수차례 열리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출판기념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철이 다가왔다는 얘기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책을 펼쳐보면 알맹이 없는 허접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참석자들은 정가(定價)와는 무관하게 비싸게 책을 산다. 사실상의 정치헌금이다. 출판기념회가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출마기념회라는 비난을 사는 이유다.

    최근 춘천에서는 지역 여당, 야당 인사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춘천갑 허영 국회의원,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전성 춘천을 지역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선수를 치자 박영춘 전 SK수팩스추구협의회 부사장, 허인구 전 G1 방송 대표이사 등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들도 이에 질세라 뒤를 따랐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지역 유지와 정당인, 기업체, 이권단체 관계자들이다. 5만원권이 여러 장 든 봉투를 모금함에 넣고 방명록에 이름을 적기에 바쁘다.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도장을 찍거나 보험용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내용도 자신의 업적이나 치적을 소개하는 등 자화자찬 일색이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법안 발의목록, 언론기고문, SNS에 올린 글까지 짜깁기한다. 대필도 적지 않다. 도서인증 번호는 있지만, 시중 서점에선 볼 수 없는 ‘유령도서’도 많다. 서점에 내놓아봐야 팔리지 않으니 아예 책을 배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책은 책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출판기념회는 자신을 알리기 쉽지 않은 정치신인들이 합법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이다. 최근 서울에선 30~40대 국힘 당협 위원장들이 ‘이기적 정치: 86운동권이 뺏어간 서울의 봄’ 북 콘서트를 열어 86운동권 세대에게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출판기념회는 선거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창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치자금법상 후원금과 달리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거나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책값은 대부분 현금으로 받는다. 특히 기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은 책값으로 과다한 돈을 내기도 해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한다.

    도서출판을 선거자금 모금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편법에 눈을 감으면 제대로 된 입법 활동을 할 수 없다. 더욱이 장차 민의의 대변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선거자금 조달에 눈이 멀어 편법에 타협하고 편승해서야 되겠는가.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입성했을 때 과연 무슨 개혁이나 혁신을 할 수 있겠는가. 이제 국회의원들이 나서 정가판매, 1인당 구매 한도 설정, 현금구매금지, 도서판매 회계내용 공개 등 관련법을 촘촘히 정비해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창구의 우회로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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