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Made by 약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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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Made by 약사천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12.18 00:0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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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약사천은 맑다. 그냥 느낌으로만 하는 말이 아니다. 은퇴한 선배 시민들이 주축이 된 ‘춘천사랑 시니어 아카데미’ 회원들은 4년째 공지천에서 수질 측정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학곡천, 퇴계천 등 지류천과 만나는 공지천 8개 지점에서 탁도, 수온, 산성도 등을 측정하는데, 약사천 합류 지점은 다른 곳에 비해 수온도 낮고 투명하고 산소도 풍부하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약사천은 춘천에서도 가장 청정한 물이다.

    약사천 마을은 춘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마을로 과거에는 경제, 행정, 문화 등 주민 생활의 핵심 터전이었지만, 도시 공간의 변화로 인구와 사업체는 감소하고 공폐가가 증가하는 등 생활 인프라의 쇠퇴를 맞이하게 됐다. 고층 아파트로 새로 짓고 ‘재개발’을 추진하는 인근 생활권과 달리 약사천 사람들은 오래된 마을의 원형과 공동체의 가치를 보전하는 ‘재생’을 스스로 선택했다. 수십 층짜리 아파트들이 약사천을 둘러싸고 있지만 약사천 마을은 호젓한 골목길과 생태하천, 공동체 등 춘천다운 유산을 품고 있다.

    약사천을 건너 약사고개를 오르기 직전 오른쪽 동네로 진입해야 하는 어정쩡한 자리에 주차장이 있었다.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 집 앞까지는 차가 들어가지 못해 만든 주민 공용 주차장이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너무 빡빡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빈자리 한두 개는 금방 찾을 수 있는 마을의 공유 지대였다. 하지만, 약사천 사람들은 주차장을 포기하고 마을 작업장을 짓기로 했다. 자꾸만 늘어나는 자동차를 골목으로 들이는 대신 동네 주민들이 만들어서 신뢰를 줄 수 있고 약사천의 영감과 자원을 활용한 수제품을 만드는 작업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수공업 팩토리’라고 이름도 붙였다. 이제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오고 있다.

    춘천의 로컬 메이커들이 약사천으로 향하고 있다. 과거 흥했던 약방 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쌍화 맥주를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 메이커 ‘감자아일랜드’, 마을의 풀과 나무로 새로운 멋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굿즈 메이커 ‘나풀나풀’, 오래된 기름집과 함께 춘천의 향과 느낌을 만드는 친환경 비누 메이커 ‘르사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사람들이 놀랄만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3D베이킹 메이커 ‘베이커스페이스밋밋’, 지역의 재료로 약사천 사람들의 감각이 담긴 가구를 만드는 로컬 우드메이커 ‘라우드’ 이들은 약사천 메이커들이다.

    남다른 생각으로 만들고 다 같이 생각하며 쓰는 약사천 작업장은 춘천만의 방식을 쌓아 나가는 곳이다. 다른 곳은 아파트와 빌딩처럼 수직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만드는 마을 약사천’은 물, 나무, 골목과 사람들까지 수평으로 성숙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우리 도시의 원형을 영감으로 제품을 만든다. Made by 약사천.

     

    ■ 박정환 필진 소개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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