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못 해보고” 강대 후문 야시장 사업비 회수한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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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도 못 해보고” 강대 후문 야시장 사업비 회수한 춘천시

    춘천시, 야시장 조성 예산 4억4000만원 회수
    명동·강원대 후문 상점가 야시장 사업 포기
    지역 사회 ″현장 반응 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 지적
    시 ″검토 부족했다. 상인 협의 기다렸으나 실패″

    • 입력 2023.12.15 00:09
    • 수정 2023.12.19 00:10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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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가 야시장을 조성하려던 상가 2곳의 운영이 무산돼 사업비 전액이 회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에 충분한 사업 검토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춘천시는 최근 열린 2023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강원대 후문 골목형 상점가 야시장 신규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예산 전액인 1억4000만원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당초 시는 강원대 후문 골목형 상점가 골목 110m 구간에 푸드트럭, 식품 판매대 등을 배치해 특성화된 야시장을 조성하려 했었다.

    시가 야시장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명동 상점가’ 야시장 조성을 위한 예산 3억원을 전액 회수한 바 있다. 강대 후문까지 두 차례에 걸쳐 4억4000만원의 야시장 운영비를 사용도 못 해보고 회수한 것이다.

    시는 당초 번개시장, 후평일단지시장 등 기존에 운영 중인 전통시장과 명동, 강원대 후문 등 상가에 야시장을 조성해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올 한 해에만 9억9500만원의 예산을 잡고 있었다. 이 중 다시 회수해 쓰지 못한 4억4000만원 외에 나머지는 지난 여름 풍물시장과 번개시장, 후평일단지시장 등에서 운영했다.

    시는 야시장 사업을 두고 ‘대박 조짐’이라며 열띤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번개시장은 야시장 개장 첫 주에만 1000만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야시장 역시 많은 이용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춘천 후평일단지시장에서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지난 4월 춘천 후평일단지시장에서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야시장이 연이어 흥행하자 시는 명동과 강원대 후문 등 상점가에도 특성화 야시장을 조성하려 했다. 이 두 곳에 편성된 예산은 각각 3억원, 1억4000만원으로 관련 전체 예산(9억9500만원)의 44%에 해당한다. 강원대 후문 야시장의 경우 강원자치도 공모 사업으로 선정돼 도비 6000만원이 추가로 지원됐다.

    그러나 이 예산들 모두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환수됐다. 당초 시는 두 지역의 상가 상인회와 협의를 마쳤다며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와 소음 문제 등으로 야시장 조성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나타났고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는 야시장 조성을 위해 상가 도로에 대한 점용 허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근 상인 모두를 설득해야 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상인 한 명 한 명에게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음식 판매 등이 가능하다”며 “반대하는 상인들이 있으면 사업을 시작해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명동 상가의 한 상인은 “상인회가 상인 전체를 대변하긴 어렵다는 점을 시에서 미리 파악하고 점검했어야 한다”며 “시에서 나서서 의견 조율을 해주는 게 아니라 상인들에게 알아서 협의하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야시장 조성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명동 상점가.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가 야시장 조성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명동 상점가. (사진=MS투데이 DB)

     

    시는 결국 이들과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야시장을 열지 못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예산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윤민섭 정의당 춘천시의원(라선거구)은 “현장 반응 등을 충분히 검토해 사업을 추진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기저기 야시장을 조성하겠다며 판을 벌린 결과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 같으면 신속하게 불용 처리하고 그 예산을 전통시장 및 상인 지원 등에 대신 투입했어야 한다”며 “연말에 와서야 예산 조정안이 올라왔고, 결국 해당 예산은 써보지도 못한 채 한해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서도 사업 추진에 앞서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구도심 상권 회복 등을 위해 끝까지 야시장 조성을 추진하려고 기다렸으나 결국 협의에 실패했다”며 “상인 반응 등을 미리 검토하지 못한 게 맞다. 내년엔 올해 운영된 곳을 중심으로 다시 야시장 조성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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