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환갑’, 모델 꿈 이루기 위해 무대에 섰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평균 나이 ‘환갑’, 모델 꿈 이루기 위해 무대에 섰다

    지난 6일 강원대 평생교육원서 ‘시니어모델 패션쇼’
    세탁 전문가, 웰니스 사업가도 런웨이 올라
    학업에 대한 아쉬움, 계속된 배움의 동력
    건강하게 인생 2막 준비하는 시니어 주목

    • 입력 2023.12.10 00:05
    • 수정 2023.12.15 22:1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일 강원대 춘천캠퍼스 평생교육원 대강의실. 문밖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빠른 박자의 음악이 새어 나왔다. 이날엔 2학기 시니어모델 워킹 수업을 수료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평소 일상복과는 거리가 먼, 화려한 힙합 패션을 차려입은 50~60대 남녀가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한 명씩 런웨이로 향했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건강과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자신을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바람이 불면서 시니어모델 관련 수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학기 수강생 30여명은 마지막 수업을 기념해 3개월간 배운 모델 워킹을 뽐내고자 이날 무대를 준비했다.

     

    수료식 패션쇼 입장을 앞둔 강원대 평생교육원 시니어모델 워킹 수강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수료식 패션쇼 입장을 앞둔 강원대 평생교육원 시니어모델 워킹 수강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이들은 강원대 평생교육원 시니어모델 워킹 초‧중급반 수강생들로, 허채원 강사와 함께 그동안 연습한 자신 있는 걸음걸이를 선보였다. 단순히 패션쇼에 서는 모델의 역할만 체험하는 게 아니라 자세 교정과 바른 걸음걸이, 체조를 통해 몸의 균형을 맞추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는 이문학(68) 얼룩빼기 이박사 화이트세탁소 대표와 최근 춘천으로 이주해 사업을 시작한 조승연(65) 항산화도반욕 대표도 무대에 섰다. 이들을 만나 모델워킹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시니어모델워킹 수업은 어떻게 수강하게 되셨나요?

    (이문학) 우연한 기회로 올해 강릉 단오제에서 이원수‧신사임당 부부의 나들이를 재현하는 행사 중 ‘이원수’ 역할을 맡았어요. 제가 한복이 꽤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렇게 무대 맛을 한번 보고는 정식으로 모델 관련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조승연) 사업체를 인수하면서 지난해 춘천으로 이사 왔어요. 지역에서 사람을 사귀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취미가 뭘까 고민하다가 함께 강원여성경영인협회 활동을 하는 동료의 소개로 수업을 듣게 됐어요.

     

     조승연(65) 항산화도반욕 대표가 힙합 패션을 갖춰입고 모델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조승연(65) 항산화도반욕 대표가 힙합 패션을 갖춰입고 모델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생업이 있는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조승연) 나이가 들면 자세가 나빠지니 일상에서도 걷는 방법이 더욱 중요해요. 제가 운영하는 항산화 도반욕은 체온을 올리고 혈액 순환을 촉진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데요. 웰니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평소에도 활력 있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니 여러 도전을 해보고 있습니다. 주 2회 춘천청춘합창단 활동도 하고 있고요.

    (이문학) 떠올리면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까 15세부터 양복 만드는 기술을 배웠어요. 중학교도 1학년까지밖에 못 다녔어요. 세탁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가 됐지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들었거든요.

     

    이문학(68) 얼룩빼기 이박사 화이트세탁소 대표가 춤을 추며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이문학(68) 얼룩빼기 이박사 화이트세탁소 대표가 춤을 추며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올해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반이시라고요.

    (이문학) 방송통신중을 거쳐 방송통신고등학교까지 갔어요. 평소엔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한달에 두 번씩 현장 수업도 합니다. 어릴 땐 경험하지 못했던 소풍도 가고 현장학습도 가고요. 곧 졸업이라 이번엔 속초로 졸업 여행도 떠나요. 벌써 사이버대학 실버문화학과에도 입학 신청을 해뒀어요.

    Q. 한국세탁업중앙회 춘천시지부장도 맡고 계시고, 세탁 관련 세미나도 꾸준히 하고 계시잖아요.

    (이문학) 제게는 수업을 듣고 배우는 시간이 노는 거예요. 평생 기술을 익히면서 살았거든요. 이 수업에서 나이가 들어도 바른 자세로 활기차고 멋지게 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자신을 돌볼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목표가 생기고, 내가 나를 사랑하며 가꾸고 즐길 기회를 가진 게 감사합니다.

     

    강원대 춘천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시니어모델 워킹을 지도하는 
    강원대 춘천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시니어모델 워킹을 지도하는 허채원(63) 강사. (사진=권소담 기자)

     

    이날 이문학 대표와 조승연 대표는 세 가지의 의상을 준비해 힙합 패션과 자유복, 드레스‧턱시도를 각각 선보였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에 맞춰 다 함께 춤을 추는 시간도 있었다. 자신을 ‘흥이 많은 사람’으로 소개한 이문학 대표는 ‘보라빛 엽서’와 ‘미운 사랑’으로 노래 실력도 뽐냈다.

    시니어모델워킹 수업을 이끌고 있는 허채원(63) 강사는 나이가 들어서도 ‘재미있게’ 놀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강사는 각종 패션쇼와 드레스쇼에 모델로 선 경험을 기반으로 모델워킹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5년부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리 수업엔 사업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다들 열심히시고 배우려는 열정이 넘친다”며 “시니어 시민들에겐 꾸준히 갈 곳이 있고, 차려 입을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9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