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안녕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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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안녕하는 사이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12.04 00:0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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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커먼즈필드에 입주한 ‘안녕하는 사이’는 춘천의 이야기와 감각으로 로컬 콘텐츠를 만든다. 재치, 핸지, 예티, 제이까지 안녕하는 사이의 네 청년이 기획하는 콘텐츠는 어렵지 않다. 밥상, 놀이, 노래 같은 일상을 콘텐츠에 담아 기억될만한 사건으로 재구성한다. 하숙치던 할머니들이 차려주는 밥상은 드라마가 되고 시끌벅적 툭탁대는 청소년들의 놀이가 예능이 된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뮤직비디오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콘텐츠를 통해 일상이 사건이 될 때 새로운 경험을 만나고, 없었던 생각을 자극하고, 또 다른 선택이 가능하게 된다고 믿는다.

    최근 안녕하는 사이가 주목하는 것은 지역 청년들의 일과 직장이다. 춘천에는 대학이 6개나 있고 재학생 수는 5만명에 조금 못미친다. 춘천시 인구의 18%가 넘는 숫자이다. 변변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도시의 형편 때문에 이들이 졸업하면 취업을 위해 떠나지만 비슷한 규모의 신입생들이 다시 입학하고 취업을 준비한다. 안녕하는 사이는 지역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를 동시대의 청년으로서 같이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종신고용’을 보장한다는 회사는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을 때는 회사에 충성도가 높고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안정적으로 연마하는 노동자들을 오랫동안 고용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생산성 기반이었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되고 생산 방식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절에는 고용 유연성 확보가 기업의 지상과제가 됐다. ‘실직’이 보편화됐다.

    ‘평생직장’을 다니겠다는 구직자도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몇 개월 뒤 업계 상황이나 회사 형편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데 애사심을 가지고 직장에서 가족처럼 지내자는 말이 먹히지 않는다. 업무중에도 다른 회사의 구인 공고를 들여다 보면서 눈치를 보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조건으로 퇴사에 성공할 수 있는지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직’이 일상화됐다.

    한자로 쓰여야 뜻이 읽히는 예전의 종신고용과 평생직장은 이제 없는 것 같으니 일에 대한 생각과 직장을 구하는 방식이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세대들은 어떤 직장이나 직무에 지원할 지 결정할 때 AI를 동원하고 유투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탐색하며 업계 현직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며 정보를 채굴하듯이 ‘디깅(digging)’한다. 근무중인 회사의 복지와 문화를 콘텐츠로 만드는 업무로 수행하는 직장인 인플루언서, ‘임플로이언서(emfluencer)’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참 직원들의 패기와 열정을 보겠다며 국토를 행군하는 신입연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개성있는 웰컴키트와 환대하는 웰컴파티로 구성된 ‘온보딩(onbording)’ 콘텐츠가 신입사원들의 적응과 정착을 돕는다.

    이제는 직업과 직장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분명하다. 로컬 콘텐츠 스튜디오 ‘안녕하는 사이’가 어떻게 청년들의 일과 직장을 의미있게 재구성하는지 기대해 보시라.

     

    ■ 박정환 필진 소개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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