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Jisung Park is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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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Jisung Park is my friend!

    • 입력 2023.11.10 00:00
    • 수정 2023.11.11 04:00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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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유럽 대륙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오직 맨체스터에서 축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뛰고 있었고, 맨유는 리그는 물론 전 유럽에서도 최고의 팀으로 손꼽혔다. 유럽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박지성 선수 이름과 등 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구매했고, 정말 구하기 어려운 맨유 홈구장 경기 티켓도 구했다. 이제 그날 박지성이 선발 출장만 하면 된다.

    세계적인 축구 도시답게 맨체스터 거리는 축구 베팅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확률이 높을수록 배당률이 낮은데 예를 들어 ‘맨유의 승리’는 배당률 1.2배, ‘호날두가 첫 골을 넣는다’는 배당률 2배, 이런 식이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첫 골을 넣는다’의 배당률은 무려 1:250였다. 이걸 보고 ‘오늘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기는커녕 출전하기도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빨간색 맨유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점점 늘어간다. 초록색 필드와 1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좌석에 앉아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장내 아나운서가 선발 출전 선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No.13 Jisung Park!!” 그렇게 기다리던 박지성의 첫 선발 경기가 바로 오늘이라니. 응원가 ‘Glory glory Man United’ 노래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전반 13분, 박지성은 오른쪽 니어 포스트에서 공을 잡고 수비수를 제친 후 그대로 오른발 슛을 날린다. 골!!!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잠시 멍을 때리다 열광하는 주변 사람들의 환호에 나도 같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른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박지성이 첫 골이라니!! 첫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그것도 내가 보러 온 오늘 경기에서!!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흥분한 나에게 축하를 건네는 영국인들에게 목이 터지라 외쳤다. “Jisung Park is my friend!!”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지성은 이어서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두 번째 골을 만들었고, 결정적인 가로채기와 패스를 해서 세 번째 골에도 기여했다. 90분 동안 장면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박지성은 이 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었다.

     

    올트 트래퍼드에서 박지성 유니폼을 입고. 사진=강이석
    올트 트래퍼드에서 박지성 유니폼을 입고. 사진=강이석

    빨간 옷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찬 트램은 맨체스터 시내로 향하는 내내 들썩들썩했고, 한 청년의 입에서 시작된 승리의 찬가 'Glory glory Man United'는 어느새 경기장에서보다 훨씬 더 큰소리로 트램 밖에까지 울려 퍼졌다. 그 순간의 분위기는 마치 대한민국이 4강까지 진출했던 2002월드컵의 분위기였다.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짜릿한 승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동시에 맨체스터에 사는 사람들은 매주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 기적 같던 하루를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베팅 가게에서 보았던 ‘박지성 첫 골 1:250’ 문구와 함께 ‘그때 딱 만 원만 재미 삼아 걸었다면 250만 원을 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직접 맨유 경기를 봤고, 박지성이 첫 골을 넣어서 너무 환상적인 하루였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았지만 그래도 250만 원은 좀 아깝긴 하다. 그건 세금도 안 뗀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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