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닭갈비와 춘천① 닭 음식문화와 춘천닭갈비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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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닭갈비와 춘천① 닭 음식문화와 춘천닭갈비 탄생

    • 입력 2023.11.09 00:00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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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닭은 예로부터 다섯 가지 덕목을 갖춘 동물이자,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두수를 사육하는 가금류다. 닭은 우리 풍속과 민속놀이, 설화와 지명에 수없이 등장하며 2000년 이상을 다양한 요리법으로 인류 음식문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닭 음식은 잔칫날이나 귀한 손님 대접은 물론 몸보신을 위해 즐겨 먹던 친숙하고 귀한 음식으로 우리 삶 속에 깊게 자리해 왔다. 현재 한국인 한 사람이 한 해 닭 20마리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고 하니,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해도 이견이 없을 듯하다.

    옛 문헌 기록에 따르면 고려 시대 이래로, 닭은 서민의 가정 마당에서 키우기에 크기도 적당하고 알도 낳으며 두 달여 만에 먹음직한 연계(軟鷄)로 자라기 때문에, 50년 전인 1970년대까지도 농촌은 물론 도심 가정에서도 닭을 기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닭이 보양식으로부터 대중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화하며 우리의 음식문화와 밀접하게 관계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옛날 농경사회로부터 현재까지 닭고기와 견줄만한 음식은 많지 않다. 시절에 따라 살펴보면, 설날에 떡국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 꿩고기가 최고지만 서민과는 거리가 멀었던 꿩 대신 닭을 이용해서 떡국 국물을 만들었다. 이런 연유로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이 생겼다(출처 「조선상식」). 한여름 삼복의 복달임 음식으로 백숙 일종인 연계탕과 닭개장 종류인 연계국이 있었고(출처 「승정원일기」) 잔치 음식으로 연계찜이 있었다(출처 「별건곤」). 추석에 사대부는 손님 대접으로 기장으로 만든 백주와 황계(누런 닭) 요리를 최고로 쳤다고 한다(출처 「동국세시기」).

     

    1980년대 명동 닭갈비골목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이경애 씨 소장)
    1980년대 명동 닭갈비골목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이경애 씨 소장)

     

    근현대에 이르러 닭의 생산량이 증가하며 1920년대에 삼계탕(처음 이름은 계삼탕)이 처음 등장했고 1960년대에는 서구화로 인해 전통 보양식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통닭(서양식 이름 치킨)이 탄생하며 큰 전환을 이루었다. 반면 1950년대 후반 춘천에서는 양념 숯불구이 방식의 ‘닭불고기(속칭 닭갈비)’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춘천 닭갈비는 처음에 대폿집의 술안주로 시작됐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1958년 10월 강원은행 본점 자리에 김영석 씨가 ‘닭불고기집’이란 상호를 걸고 숯불에 닭고기를 구워 술안주로 판 것이 닭갈비의 효시다(강원일보·김길소 1970.10.10.). 이후 1960년대 중후반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닭갈비를 파는 점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 1970년에는 가게가 100여 개에 이르렀고, 하루에 닭 950여 마리를 팔았다고 한다. 이는 당시 12만 춘천시민이 연 3마리의 ‘닭불고기’를 먹은 셈이다.

    춘천시는 2003년 10월 27일 ‘춘천닭갈비 명품화 적극 추진에 대한 시장 특별지시’를 공고하고 2004년 4월 15일에 “1959년 지금의 중앙로 2가 18번지에서 판자로 지은 조그만 장소(숯불 돼지고기 가게)에서 <중략> 영업을 하던 김영석 씨가 1960년 어느 날, 돼지고기 구하기가 어려워 닭 2마리를 사 가지고 와서 토막 내어 <중략> 닭을 돼지갈비처럼 바려서 닭갈비를 만들었으며, 이것을 양념하여 12시간 재워서 팔기 시작한 것이 <중략> 유래로 조사”(강원도사회문화연구소 용역보고서 인용)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로써 1970년 기사와 다르게 닭갈비 유래와 가게 위치, 판매 시기 모두가 뒤바뀌는 결과를 낳았다.(이는 2004년 유래 조사 보고 당시 기사를 확인하지 못해 생긴 듯하다.)

     

    2010년과 2020년의 명동 닭갈비골목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2010년과 2020년의 명동 닭갈비골목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신문 기사에 근거해 춘천닭갈비 기원은 195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양념한 닭고기를 재웠다가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었으며 처음 명칭은 ‘닭불고기’였다. 닭갈비의 조리법과 조리 사용 연료, 조리도구 등이 닭갈비의 변화와 함께했다. 특히 1960년대 후반 숯불에 직화하는 구이 방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철판요리로 바뀌면서 채소와 양념을 곁들인 볶음요리로 전환됨으로써 춘천닭갈비만의 특징이 뚜렷하게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춘천을 대표하는 서민 요리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여기에 각종 채소, 우동·떡 사리와 볶음밥 등이 가세하며 닭갈비는 양으로도 풍부해졌다. 이로써 술안주로 시작한 닭갈비는 서민의 한 끼 식사로 한 단계 도약하며 한국 주류 음식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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