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원이 신문고에 민원 올리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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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의원이 신문고에 민원 올리는 까닭은?

    ■ [칼럼] 한승미 콘텐츠1팀장

    • 입력 2023.11.09 00:00
    • 수정 2023.11.10 08:11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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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의회의 제329회 임시회가 최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이번 회기에서는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 출연 동의안’이 부결돼 관심을 모았다. 시의회가 예산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이전 행사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근거도 없이 심의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앞선 회기에서도 행정절차 미흡 등을 이유로 의원들이 심의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는데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일정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심의를 강요했던 춘천시의 행태에 의원들도 서서히 반기를 드는 모습이다. 

    시의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가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의정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복수의 의원들은 심의를 위해 수개월 전부터 자료를 요청해도 묵묵부답이라 사업 적정성이나 예산, 정책 등을 살피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시의원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비법(?)으로 민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했다. 시에 직접 자료를 요청하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원하는 답변을 받을 수 없어 ‘국민신문고’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신문고로 민원을 제기하면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시민을 대신해 의정활동을 벌이는 의원이 바로 옆에 있는 시청이 아닌 저 멀리 정부(정보공개, 신문고)를 통해 역으로 자료를 받는 것은 비정상적인 구조임이 분명하다.

    시에 수차례 요청한 끝에 자료를 받았는데 영문 버전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유사한 자료를 부탁한 타 지역에서는 한글 번역본을 제공했다. 해당 의원은 “의회를 이렇게 무시할 수가 있는지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운 지경”이라며 “시가 이런 식으로 의원들의 손발을 자르고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필자도 유사한 경험이 없지 않다. 취재를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자료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하는 자료임에도 해당 자료가 없다는 ‘부존재’ 사유와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을 핑계로 비공개하기 일쑤다. 담당 부서에서 자료를 전달했음에도 답변 기한이 남았다며 마감일에 전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고의적인 처리 지연은 정보공개법 의무 위반이다. 이렇게 수개월 간 답변이 지연되다 보면 필요한 때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전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춘천시의 정보공개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시는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 2년 연속 ‘보통’ 등급을 받아 전국 75개 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시는 2019년과 2020년에는 ‘우수’ 등급이었지만 2021년 ‘보통’ 등급으로 하락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원주시는 2020년까지는 춘천시와 같은 ‘우수’ 등급이었지만 2021년 최고 등급인 ‘최우수’ 기관으로 올라서며 격차를 벌렸다. 

    춘천시가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보공개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적극 제공해 알 권리를 보장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원들은 피감기관의 잘잘못을 가려낼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다며 호소하고 언론사나 시민사회단체는 행정감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가 행정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자료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익 활동을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시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춘천이 강원의 행정 중심 수부도시라는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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