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먹는 게 남는 거다, 학교급식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최광익의 교육만평] 먹는 게 남는 거다, 학교급식

    • 입력 2023.11.08 00:00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먹는 게 남는 거다’. 음식의 중요성을 알리는 우리 속담이다. 조상들은 의식주 생활 중 특히 먹는 것을 중시했다. 손님 접대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고 음식 버리는 것을 죄악시했다. 먹는 것은 생존의 필수요소이며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따라 사람의 품격이 달라진다. 현대사회에서도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최고의 사교 수단이다. “식사 함께 하시지요.” 상대에게 해 주는 가장 호의적인 언어다.

    학교에서 먹는 것이 늘 문제였다. 한때 무엇을 먹일지는 가정의 몫이어서 가정형편에 따라 아이들에게 수치심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못 먹는 아이도 있어 늘 선생님들이 마음을 써야 했다. 1983년 학교급식법 제정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위탁과 직영을 오가는 학교급식의 방법, 급식비를 내느냐 마느냐의 유·무상 급식 논란, 각종 급식 비리와 식중독 등과 같은 위생 문제, 그리고 최근의 급식 종사자의 건강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면서 학교급식은 새장을 열었다. 이제 학교급식은 균형된 식사, 정서적 안정, 공동체 의식 함양, 잘못된 식습관 교정과 같은 교육적 가치와 더불어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소비에 따른 농가소득 증대 등을 촉진하는 국가차원의 전략사업이 되었다. 전면적으로 학교급식이 시행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등장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부실한 급식, 학교와 업체와의 유착, 업체 간의 담합, 인스턴트 및 조리식품의 과다 사용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 랍스타 제공과 같은 화려함에 초점을 맞춰 영양소 불균형이나 전통 한식의 경시, 제철 식재료 외면 등도 문제다.

    급식이 부실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지금도 도시락을 싸야 하는 뉴질랜드,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베트남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의 학교급식은 가히 모범적이라 할 수 있다. 먹는 게 남는 것이 사실이라면, 요즘 우리 학생들에게는 남는 것이 많은 급식이다. 이러한 현실 뒷면에는 급식노동자의 헌신과 수고가 있다. 비닐 앞치마, 위생모, 팔 토시를 하고 한증막과 같은 급식실에서 밥을 하고 국을 끓여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지역 정치인이나 동창회장에 앞서 소개되고 인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학교급식 보편화에 있었다면 이제는 급식의 개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이미 군대에서도 사병들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조류에 맞추어 학생 개인의 필요에 맞는 식단이 제공되어야 한다. 고기를 싫어하는 학생을 위한 채식,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을 위한 대체 음식, 무슬림이나 독실한 불교신자를 위한 종교식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이 세계음식을 이해하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는 ‘세계음식의 날’ 운영도 권장할만하다.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제도 많다. 먼저 급식소 인원 확충과 조리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급식현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과일이 귤이나 방울토마토인 이유는 부족한 조리인력으로 손이 많이 가는 과일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급식실의 조리·환기시설을 개선하고 종사자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는 도, 교육청, 시·군으로 관련 업무가 분산되어 있다. 업무의 분산은 책임소재가 분명치 않아 식재료 품질 속이기, 입찰담합 등 다양한 비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식재료 구입 경로 단순화, 종사자 위생 상태, 급식시설 및 기구 안전관리 등 학교급식 전 과정을 종합 점검하는 주체가 절실하다.

    맛집, 먹방 등이 TV 프로그램의 큰 흐름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에 열광하는 모습이 익숙한 현실이다. 먹는 게 남는 것이고, 또한 먹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면, 우리 학교는 먹는 것에서만큼은 경쟁력있는 교육을 하는 셈이다. 학교급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