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우왕좌왕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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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우왕좌왕 대한민국

    • 입력 2023.11.02 00:00
    • 수정 2024.01.22 09:37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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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예전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복도마다 ‘좌측통행’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게 ‘왼쪽으로 걸어라’라는 소리인 것을 알고는 속으로 ‘아니, 걷는 게 지 마음이지, 무슨 왼쪽, 오른쪽이 있담⋯’ 하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이게 다 사연이 있는 거였다.

    1906년 12월 1일 경성이사청(옛 서울시청)이 근대적인 교통질서 확립의 첫 걸음으로 ‘우측 통행령’을 내렸다. 여기에 다른 설로는 1905년 ‘가로관리규칙’에서 ‘차량이나 우마가 마주치면 서로 우측으로 피하라’고 규정하면서 우측통행이 시작됐다고도 한다. 이렇게 시작된 우왕(右往)이 1921년 좌왕(左往)으로 바뀌었다. 좌측통행을 하던 일본사람들이 많아지고 불편을 호소하자 일본 총독부가 통행령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방 후, 미군정이 새 교통규칙을 발표하여 1946년 4월 1일부터 보행자들은 일제 때 방식으로 좌측통행을 하되 전차, 자동차는 우측통행을 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좌측, 일본식으로 걷고 자동차는 우측, 미국식으로 달리게 된 것이다. 이것이 그야말로 좌충우돌도 아니고 우왕좌왕하게 된 이유이다. 그러니 남과 북에서의 교통 방식도 달라져서 보행자들이 남쪽은 좌측통행, 북한은 우측통행을 하게 되었다. 이런 우왕좌왕은 지하철까지 연결돼 있다. 일제 때 부설한 철도와 연결되는 지하철 1호선은 좌측으로 통행하고 있고, 2~8호선은 미국식을 따라 우측으로 통행하고 있다. 

    우측 통행은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대륙계 국가들의 일반적인 방식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통행방향과는 별개로 각 나라의 좌측 핸들, 우측 핸들의 배치 문제도 재미있다. 핸들의 위치는 마부가 앉는 방식에 따라 달라졌는데 보통은 오른손잡이 마부가 두필 말 중 왼쪽에 앉아 채찍질을 한데서 좌측 핸들이 일반화 되었으나, 영국과 유럽 상류층에서는 손님 객석 앞쪽으로 자리를 잡게 된 마부가 우측에서 오른쪽 바깥으로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당시는 너나없이 오픈카였으니) 유리했기 때문에 우측 핸들도 자리를 잡아갔다. 어떻든 이 좌·우 핸들 방식은 후에 자동차 핸들의 위치와도 직결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자동차 강국들의 좌핸들 채택으로 많은 나라가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고, 좌측 통행 우핸들 방식을 고수하며 생산, 수출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영국 두 나라 뿐이다. 

    이처럼 핸들의 좌·우 방식도 재미있지만 좌·우 통행의 방향과 관련된 세계사는 더 다채롭다. 좌측 본능설 등 여러 가지 기원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우측통행과 관련해서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기호까지 알아봐야 한다. 엄청난 권력의 나폴레옹이 왼손잡이여서 우측통행이나 좌측 핸들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이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을 도우면서 미국도 좌측 핸들, 우측통행을 하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설이 되고 있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도로통행제도가 걸을 때는 일본식, 차로 갈 때는 미국식의 짬뽕 조합이라는 게 조금 우습고 서글프다. 문제는 이것이 예전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일본과 미국 그 어느 사이쯤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가.

     

    ■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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