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한 마리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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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한 마리 돌려주세요.”

    ■[MS투데이 칼럼] 윤수용 콘텐츠 제작국장

    • 입력 2023.11.02 00:00
    • 수정 2024.03.15 14:43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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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용 콘텐츠 제작국장
    윤수용 콘텐츠 제작국장

     서민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인 ‘붕어빵’이 때아닌 수난을 겪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붕어빵 1개=1000원 시대’를 살고 있다. 가격이 오르니 ‘붕어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붕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파는 사람이나 사 먹는 소비자 모두 불만이다. 붕어빵이 불황지표가 된 것은 1998년 IMF 시절부터다. 당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붕어빵을 구웠기 때문이다. 붕어빵이 등장하면 겨울 초입이고, 반대이면 봄을 알릴 정도로 이 거리 음식은 계절의 전령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스트리트 푸드의 덕목은 가성비 높은 저렴한 가격이다. 맛도 좋으면 대박이다.

     고물가 시대 유독 붕어빵 가격이 거론되는 이유는 소비자 심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GS25가 최근 소비자 6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이 꼽은 겨울철 대표 간식은 붕어빵(44%)이었다. 국민 절반 정도가 붕어빵을 선택한 만큼 이래저래 겨울을 대표하는 국민 간식으로 공인된 것에 대한 이견을 없을 것이다. 이런 인기는 붕어빵 노점상 찾기 앱까지 등장할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붕어빵’과 ‘세력권’을 결합한 또 다른 신조어인 ‘붕세권’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가을부터는 붕어빵의 상징이 추억과 낭만보다는 고물가를 실감케 하는 잣대로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2000원을 내고 붕어빵을 사면 딱 3개가 들어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개였다. 춘천에서도 3개 2000원 평균가격이 공식화됐다. 이는 1개 1000원짜리 붕어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니 그나마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 쇼핑의 중심지 명동에서는 최근 4개에 5000원 하는 붕어빵도 팔렸다고 한다.

     

    최근 고물가로 ‘붕어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붕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고물가로 ‘붕어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붕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붕어빵값 상승은 밀가루, 팥, 연료 등 세 가지 고물가 품목을 온몸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붕어빵의 주재료인 붉은팥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33%가량 올랐다. 밀가루 가격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5% 정도가 급등했다고 한다. 또 개인 인건비, 임대료 등 안 오른 비용이 없다 보니 붕어빵은 귀한 몸이 됐다. 주머니 속 1000원 한 장으로 몸과 마음을 덥혀주던 붕어빵은 더 얇아진 지갑으로 점차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금(金)붕어빵’으로 불리는 붕어빵이 백화점에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유통 업계가 ‘붕세권’에 들기 위해 협업이란 단어로 붕어빵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와중에 춘천 10대들이 붕어빵에 도전장을 던져 눈길이다. 미래 창업을 꿈꾸며 일찍 사회에 나선 이들의 ‘첫 경험’은 역시 길거리 간식 대명사인 붕어빵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붕어빵은 고물가 시대에 희생양으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들 청춘의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붕어빵은 대한민국 대표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아니면 우리는 길거리에서 붕어빵 멸종을 볼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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