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춘천의 관문 춘천역과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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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춘천의 관문 춘천역과 춘천 

    • 입력 2023.10.26 00:00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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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기차가 들어오고 떠나는 곳을 역(驛)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기차를 발명하기 이전에는 역의 개념이 지금과는 달랐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교통망이나 통신망으로 역원(驛院)을 설치해 교통과 통신 업무를 담당한 제도가 있었다. 역원(驛院)에서 역(驛)은 말을 관리하여 항시 갈아탈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곳이고, 원(院)은 관공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나 지나는 길손이 쉬며 묵을 수 있는 쉼터를 말한다.

    역원제도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접어들며 실시됐으며 고려시대에 이를 크게 정비했다. 조선시대에는 41개 노선에 616개의 역을 설치하고 춘천에는 5역 4원을 갖추었다. 안보역, 보안역, 원창역, 인람역, 부창역과 약사원, 율장원 덕두원, 청평원이 그것이다. 특히 후평동에 있었던 보안역(현재 부안으로 변환)은 「관동읍지(關東邑誌)」 ‘춘천부읍지여사례대개병록성책’ 역원 조에 따르면, 역리 5명, 역노 71명, 역비 32명, 대마 2필, 기마 2필, 복마 4필 등 총 8필의 역마가 배속되어 있었다. 이는 보안도에 속했던 30곳 역 중에 단구역을 제외하고는 최대 규모였으며 역노와 역비의 숫자는 최고로 많았다. 

     

    1969년 춘천역 앞 도로 모습.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춘천에 기차 철로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9년이다. 이보다 앞서 1914년 철원을 지나며 원산을 종점으로 하는 경원선과 1924년 철원역에서 출발하는 금강산선이 개통됐다. 이로 인해 경춘선 개통 전까지 철원이나 원산으로 도청을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이는 춘천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제강점기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부분의 도청 소재지에는 철도가 부설되어 있었다. 여기에 강원도청 이전 문제가 대두되자 1920년 경춘선 건설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급기야 1926년 강원도청 이전 문제가 불거지자 춘천군민 1만여명이 도청 이전 방지를 위한 군민대회를 열었고 경춘선 부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후 1936년 경춘철도기성회와 조선식산은행이 주도하는 경춘철도주식회사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다. 1937년 5월 서울과 춘천을 잇는 광궤철도 부설에 착수해 1939년 7월 25일 춘천 춘천역과 서울 성동역 사이 95.5㎞의 경춘선 구간이 마침내 개통됐다.

    일제강점기 경춘선은 흑자로 운행됐지만 이는 북한강 유역에 댐 건설에 필요한 물자 수송으로 얻어진 이윤이었다. 댐 건설 목적이 군수품 제작에 필요한 전력 생산공급이라는 수탈에 있었다는 점은 짚어야 할 사안이다. 

     

    2005년 춘천역에 영업 중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춘천디지털기록관)

     

    광복 후인 1946년 5월 경춘선은 운수부로 흡수됐고 1951년 6월 청량리와 춘천 사이가 개통됐다.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춘천역사는 1958년 12월 새롭게 준공됐다. 1984년 11월 무궁화호가 신설 운행됐고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춘천역은 일시 폐쇄(2005년 10월 1일~2010년 12월 20일)되고 남춘천역이 경춘선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됐다. 춘천역은 2010년 12월 21일 지금의 역사를 갖추며 수도권 전철 경춘선의 전철역이 됐고, 2012년 2월 28일부터 ITX-청춘 열차가 서울 용산과 춘천역 사이를 운행하고 있다. 

     

    최근 춘천역의 모습. (사진=춘천문화원) 
    최근 춘천역의 모습. (사진=춘천문화원) 

     

    춘천역은 경춘선의 종착역이지만 역세권이 형성되지 않아 낙후되어 있다. 역세권이 형성되지 않은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1951년부터 캠프페이지가 들어서며 역에서 시내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춘천역은 관문의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캠프페이지가 떠나기 전까지 화물 수송과 민수용 무연탄을 취급하는 역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입영열차를 운행하며 입영 장병의 플랫폼 역할도 하였다. 

    춘천역은 춘천 관광의 출발점이자 의암호를 위시하여 시내 전역으로 나갈 수 있는 여행의 관문이기도 하다. 2005년 캠프페이지가 폐쇄되며 그 부지는 춘천시에 반환됐고 중도에 레고랜드가 들어서며 춘천역은 호수문화권의 관문으로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캠프페이지 부지 활용 방안과 함께 춘천역은 여전히 춘천 미래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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