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의사 결정 피로감에서 벗어나려면 핵심만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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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의사 결정 피로감에서 벗어나려면 핵심만 집중하라

    • 입력 2023.10.30 00:00
    • 수정 2023.10.31 02:04
    • 기자명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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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미국 인기 시트콤 ‘영 쉘든’에서 노학자인 존 스터지스 박사는 식후 디저트로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한 종류의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질릴 것 같은데도 말이다. 그렇게 편식하는 이유를 묻는 연인에게 그는 살면서 한 가지라도 의사 결정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지난 35년간 나는 적어도 하루 반을 아꼈을 거예요.” 얼핏 들으면 엉뚱한 대답 같지만 행간을 읽으면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사실 세상이 복잡한 만큼 결정을 내릴 일도 많다. 하루하루가 결정의 연속이다. 그래서 누구나 ‘의사 결정 피로감’을 호소한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 아니면 택시를 탈까 하는 고민은 그나마 간단하고 쉽다. 일상생활이 아니라 투자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복잡다단해진다. 요즘은 투자가 일상화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재테크를 강요하는 시대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수시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다. ‘결정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수익을 낼 수도,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마치 하루에도 수차례 인생을 건 ‘머니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게임은 항상 성공하지는 못한다. 투자에 실패한 후 잘못된 선택을 한 자신을 자책하기 일쑤다. 한마디로 어리석은 의사 결정을 한 자신이 너무 밉다. 한번 선택한 것을 나중에 후회할까 봐 겁이 나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이른바 ‘후회 편향’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이 결정 장애 증상을 겪고 있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곁가지에 미련을 두지 말고 핵심만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곁가지를 버리면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평온해진다. 과감한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도 슬기로운 방법이다.

    펀드매니저 수준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금융자산 투자는 슬림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것저것 투자하지 말고 내가 관리가 가능한 영역에서만 압축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희일비하기 마련인 단기적인 의사 결정을 반복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좋은 상품을 골라 묻어두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다.

    아니면 아예 무리하게 투자하지 말고 석탑 쌓듯이 차곡차곡 돈을 모아도 괜찮다. 펀드나 주식투자보다는 아예 예적금을 넣어 속 편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은 고금리 시대라 예적금만 해도 연 4%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번잡스러운 것을 꺼리는 장년, 노년층 이상일수록 더욱 심플하게 짜야 한다.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나이 들어 무리한 투자보다는 평균 수익률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 영역에서도 단순하게 설계하는 것을 권한다. 여기저기 쇼핑하듯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보다 핵심지역으로 좁히는 것이 좋다. 관리하지 못하는 부동산은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노후에는 부동산 보유 개수가 많으면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사는 집을 빼고 1채, 많아야 2채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부동산 수를 늘리기보다 그 돈으로 차라리 좋은 입지의 우량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 양보다 질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선 1주택을 유지하되 소유와 거주의 분리를 통해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좋은 대안이다. 살던 도심 아파트를 월세 놓고 교외 작은 집을 전세로 구해 사는 방식이다. 좋은 집 한 채로 투자와 노후 준비를 하는 전략이 좋다는 말이다.

    역설적일 수 있으나 부동산을 사고팔 때 지나치게 타이밍을 재지 않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집 갈아타기 때는 더욱 그렇다. 벽돌을 뺐으면 다시 끼워 넣듯이 집을 팔았으니 다른 집을 사는 식이다. 가령 오전 10시에 집을 팔았다면 오후 2시에 매수 계약을 한다는 생각을 하자. 매수 시기가 늦어도 일주일은 지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나보다 똑똑한 시장과 싸우지 말고 집 한 채로 장난치지 마라. 요컨대 나이 들어선 금융자산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설계도 심플한 게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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