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사람들은 왜 프랑스 대혁명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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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사람들은 왜 프랑스 대혁명을 기억할까

    • 입력 2023.10.19 00:00
    • 수정 2024.01.22 09:37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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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매일 무섭게 쌓이는 정보들에 과거는 점점 힘을 잃어간다. 다양한 정보들이 정교한 경로를 따라 소낙비처럼 사람들을 몰아치고 있지만 정작 나이가 들수록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잃을 때가 잦아진다. 모세혈관처럼 번진 골목길의 몇 번째 대문까지 찍어내는 내비게이션의 망할 놀라움은 내비게이션 없이 집을 찾을 때의 난감함과 정비례한다. 좀 과장하자면,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자기 집 찾아가는 것도 잃어버릴 정도? 더군다나 도로명 주소는 예전 골목과 길의 역사를 다 지워버렸다. 이러하니 역사가 없는 길 위에서 헤매는 일상은 당연하겠다. 

    그렇지만, 우리 인식의 역사는 아직 살아있다. 좋든 나쁘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누구든 현재를 살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까닭이다. 역사는 이렇게 현재와 대비될 때 비로소 꽃이 된다. 얼마 전 ‘(가칭)자유민주평화기념관’의 민간위탁 동의안이 춘천시의회에서 부결이 됐고, 이에 ‘민주평화기념관 및 민주평화공원 춘천시의회 동의안 통과 촉구를 위한 춘천시민 1000인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르긴 해도 이것은 ‘강원민주재단’이 국가폭력의 현장인 옛 보안대 터에 ‘평화와 치유’의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으로 생긴 일이다. 시의회에서는 기념관과 공원이 들어설 부지가 ‘문화공원’인데 춘천시에는 문화공원을 민간 위탁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는데 ‘부결할 결심’에 따른 근거 찾기라는 것을 모를 시민은 없을 듯하다.

    1789년 7월 14일부터 7월 28일까지 벌어진 프랑스 혁명은 생각혁명이었고, 시민혁명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영향력은 오래였다. 이 혁명으로 인권, 자유, 평등, 평화 등등의 개념이 확고해졌다. 무엇보다 먼지 같은 시민들의 힘이 왕을 쓰러뜨리고, 권력을 뒤집고, 이 지구상에서 자신의 삶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각성과 활력을 준 계기가 됐다. 재민주권의 그 힘은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고, 베르사유 행진을 통해 브뤼셀, 마르세유, 전 유럽, 지구상으로 뻗어 나갔다. 단지 머릿속의 사유만이 아니라 직접 피가 끓는 영토의 확장으로, 민주주의가 구체화됐다. 우리는 이 보통사람들의 자유와 힘을 ‘프랑스 혁명’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추진되는 ‘(가칭)자유민주평화기념관’의 설립 여부는 문화도시 춘천을 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도시로서의 춘천인가 아닌가 하는 분수령에 있다고 본다. 프랑스 혁명이 좀 멀다면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어떨까. 쿠데타와 총검으로 국민 위에 호령하는 권력을 국민들의 무릎 아래로 끌어내린 그날을 기념하고, 기리자고 만든 광주기념관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춘천시에 강원도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선진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해가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왜 문제일까? 단지 진영의 문제일까? 예전 어느 개그 프로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란 유행어가 있었다. 요즘 ‘인간’ 되기가 쉽지 않다. ‘혁명’이라는 이름조차 부질없다.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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