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술은 보약일까? 독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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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술은 보약일까? 독약일까?

    술은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어
    과도한 음주로 열이 쌓이면 피부병
    반주·약주 등 정해진 시간에 한 잔만

    • 입력 2023.10.17 00:00
    • 수정 2023.10.17 17:57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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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예전에 어떤 이가 술 마시고 들깨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는 술이 덜 깨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동의보감에는 술은 혈맥을 잘 통하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근심 걱정을 없애주는 등 좋은 점도 나와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피부병, 설사, 치질, 황달, 심장병, 정신병 등 각종 질병을 발생시킨다고도 하였습니다. 즉, 술이란 약도 되고 독도 된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피부가 가렵고 심할 경우 헐고 진물까지 나는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왔는데 이분은 술을 매일 마시는 분이었습니다. 대개 피부병은 당연히 연고를 바르거나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을 먹어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경우 주독을 풀고 술을 끊어야 피부가 좋아집니다. 주독은 곧 열독으로, 과도한 음주로 인해 열이 쌓이면 피가 마르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심하면 열이 피부를 뚫고 나와 헐거나 진물이 날 수가 있습니다.

    술은 오르는 성질이 있으므로 열독이 상승하여 뇌수를 말리게 되면 알코올성 치매가 발생하며 열독이 심장으로 들어가면 필름이 끊기기도 합니다. 또 술은 독기가 세서 과거에 술 빚는 집 기와는 쉽게 삭아 해마다 갈아야 할 정도라고 하였으며 지붕 위로 참새나 까마귀도 모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술도 잘만 쓰면 백약의 으뜸이 됩니다. 의사의 의(醫)자를 자세히 보면 닭 유(酉)자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물 수(氵)를 붙이면 술 주(酒)자가 되지요. 이렇듯 약주, 반주, 귀밝이술 등 좋은 의미의 술도 있습니다. 식사 중 곁들이는 반주는 소화제 역할을 하지요. 질병이나 보양의 목적으로 약주를 담가 마시기도 합니다. 또 상갓집에 가면 술을 한 잔씩 하는데 이것은 전염병이나 감염병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단, 반주든 약주든 많이 마시면 그냥 술이 되므로 반드시 정해진 잔에 딱 한 잔만 마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술은 경우에 따라 약이 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독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은 경우에 따라 약이 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독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이 해로운 줄 알면서도 절제가 어려운 분들에게 지켜야 할 올바른 주법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술에 취한 뒤 과식을 피하라.
    주로 뱃골이 큰 남성분들이 이러한 경우가 많은데 술을 마신 후 라면이나 해장국으로 배를 다시 채우게 되면 위나 대장에 열이 쌓여 용종, 치질, 피부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용종을 떼고 지지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섭생을 잘해야 합니다.

    둘째, 술에 취한 후 찬물을 먹지 마라.
    과음을 하면 다음 날 갈증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찬물을 마시면 안 됩니다. 냉수나 찬 음료수를 많이 마시면 콩팥에 부담을 주어 요통이나 관절염, 부종, 소갈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음주는 골다공증의 원인이 됩니다.

    셋째, 술에 취한 후 덥다고 찬바람을 쏘이지 마라.
    술독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땀을 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 날 사우나를 하면 개운함을 느낄 수가 있지요. 만약에 술을 마시고 덥다고 찬바람을 쏘이고 찬물로 씻으면 땀구멍이 막혀 주독이 몸에 쌓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술을 많이 마신 후에는 더운물로 양치와 세수를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넷째는 술을 드시고 성생활을 하지 말자.
    동의보감에는 술을 마시고 성생활을 하면 얼굴에 검버섯이 생기고 기침을 하게 되며, 심하면 오장의 맥이 끊어져 제 명에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섯째, 여성은 과음을 피하라.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은 피가 손상되어 탈모, 피부 건조, 빈혈, 생리 불순, 난임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학적으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알코올 분해효소가 남성보다 절반 정도밖에 분비가 안 되므로 같은 기간에 같은 양의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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