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화가 임근우의 ‘Cosmos-고고학적 기상도’와 춘천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화가 임근우의 ‘Cosmos-고고학적 기상도’와 춘천

    • 입력 2023.10.12 00:00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춘천의 가장 오래된 국가는 오롯이 소양강과 자양강을 따라서 두 강의 안과 주변으로 늘어서듯 이어져 들어서 있었다. 강 안쪽은 신북읍으로 시작하여 신사우동을 지나 중도로 이어지고 강 서쪽으로 서면 신매리~금산리~현암리로 이어지고 강 동쪽으로 소양로~근화동~삼천동으로 이어지며 촌락을 형성하였으며, 우리는 이 고대 국가를 ‘맥국’이라 일컫는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화가 임근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양로 소양강 변에 살며 걸어서 3시간이나 걸리는 신북읍 지석묘(고인돌)가 있는 곳까지 찾아갔다. 고대 유적인 고인돌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석실에 누워보기도 하고, 고인돌을 보듬으며 인류의 숨결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크레용으로 고인돌의 질감을 표현하곤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가 존재하기 전 시공(時空)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자아정체성 고민에 빠져들게 되었다. 

    임근우는 대학 시절 벽면 수도를 하듯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벽의 한 면 전체에 모조지를 붙이고 그곳에 깨알처럼 내면을 살피는 글을 써 내려가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임근우가 발견한 임근우는 우주의 무한한 상상의 공간에 대한 동경과 과거 시간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었으며, 이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몸소 체험한 고고학 발굴 현장과 내일 날씨를 예보하던 기상도에서 찾았다. 화가 임근우의 출발점이자 작가 세계관의 근간인 ‘코스모스(Cosmos)-고고학적 기상도’는 이렇게 춘천 고대를 자양분으로 출발하였다.

    임근우는 ‘작가는 고향의 양분을 먹고 산다’라는 말로 화두를 삼아 지금껏 45년을 작업해 왔으며, 임근우의 작품에는 지금까지 여일하게 춘천 맥국의 오브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임근우의 45년 작품세계를 시간적 순서를 따라가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0년 첫 개인전 발표 이후로부터 1990년대 말까지 북한강 상류 춘천 중도와 신북읍 천전리의 청동기문화, 경기 연천 전곡리 구석기문화 유적을 그대로 드러내며 거친 질감으로 표현하였다. 1995년 국전 대상을 차지한 ‘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중도’는 이 시기 대표 작품으로 화가 임근우를 세상에 알린 표상이며 일생의 이정표였다.

     

    임근우 작 ‘코스모스(Cosmos)-고고학적 기상도’(사진=2020MYARTS)
    임근우 작 ‘코스모스(Cosmos)-고고학적 기상도’(사진=2020MYARTS)

     

    작가 임근우는 2000년대 들어와 크게 두 방면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하나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자유를 만끽하고 현재이자 미래로 세상을 열어가고자 도원경(桃源境)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였다. 다른 하나는 부조리한 세계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해원(解冤) 상생(相生)을 설치 작품으로 구현했다.

    2002년 월드컵 개막식에 담양에서 공수해 온 2002개의 대나무 장대에 10만 장의 오방색 깃발을 설치, 2003년 의왕시 ‘찾아가는 전시회’의 일환인 ‘플래카드 아트 페스티벌’ 작품을 백운호수 주변에 설치, ‘2009컬러플대구페스티벌’에서 깃발 작품을 강변에 설치, 플라스틱 의자 100여개를 사용해 한양대학교 박물관 벽에 설치한 것이 그 예이다.

    임근우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이 있다. 이 형상이 갖는 의미를 읽는 것이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키일 것이다. 고인돌, 중절모, 심산유곡, 동물형상(말+젖소+기린), 복숭아꽃, 다완(茶碗)과 차주전자, 무한대(뫼비우스의 띠) 도형, 일제강점기 춘천 지도 등이 작품의 주요 형상이다. 이 형상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각각의 작품을 통해 이해해야 하지만 그 공통분모에는 춘천의 고대 유적과 연관되어 우주 무한대의 공간과 그 상상적 영감을 인류의 행복에 닿게 하려는 염원이 배어있다.

    임근우는 인류가 행복해져서 현재 세상이 무릉도원이고 그것이 미래로 이어지기를 염원한다. 임근우는 2022년 40년간의 타향살이를 마감하며 화실을 정족리에 마련했다.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춘천 특산물로 복숭아를 꼽았고, 그 당시 주요산지 중 한 곳이 정족리였으며 정족리는 무릉리로 불렸다. 세상이 무릉도원이 되기를 바라는 화가 임근우가 무릉리에 터전을 잡은 것은 필연이 아닐까! 아무튼 평생토록 춘천 정체성을 연구하고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화가 임근우를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