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서 웅담채취 반달가슴곰 구조⋯후원자·농장주 ‘적극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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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서 웅담채취 반달가슴곰 구조⋯후원자·농장주 ‘적극 협력’

    • 입력 2023.10.10 17:53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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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한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되기 전 '주영이' 모습. (사진=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한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되기 전 '주영이' 모습. (사진=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화천군 내 마지막 웅담 채취용 사육곰이 구조됐다.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에서 웅담(곰 쓸개) 채취용으로 사육하던 2013년생 암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곰은 화천에 남아있던 마지막 사육곰으로, 군 내 동물단체 자체 보호시설에서 새 삶을 살게 된다. 후원자의 이름을 딴 ‘주영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이번 구조는 한 고등학교 교사가 사육곰 구조 비용과 구조 후 보호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요청해 이뤄졌다. 이 교사는 구조와 향후 보호 비용으로 5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 농가 소유주의 협조도 있었다. 소유주는 가업으로 2대째 농장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웅담 수요 감소와 도축에 반감을 느껴 이들 단체와 곰을 도축하지 않겠다고 협의했다.

    곰을 구조한 두 단체는 지난 2019년 사육곰 농장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2021년부터 17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해 자체 보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주영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사진=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주영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사진=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화천군 소재 마지막 사육곰 농장이 폐쇄됨에 따라 전국 18곳 농장에 300여 마리의 사육곰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춘천에는 지난 2004년 이후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육 반달가슴곰의 경우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으로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과 달리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태어날 때부터 좁은 공간에서 인간이 주는 먹이만을 먹고 자라 야생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종도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다르다.

    이번에 구조된 주영이도 아직 인간에 대한 경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 갇혀 예민한 상태”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체는 기존의 농장 시설을 보호시설로 개조해 사육곰들에게 과일, 채소 등을 제공하고 적응 훈련을 돕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전남 구례군과 충남 서천군에 150마리의 곰을 사육할 수 있는 공용 보호시설(생츄어리)을 짓고 있다. 웅담 채취를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환경부는 2026년 1월1일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 금지를 목표로 2025년까지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시작한 사육곰 산업은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곰이 10살이 되면 도축을 허용하고 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국의 모든 사육곰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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