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특수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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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특수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 입력 2023.10.11 00:00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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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65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5.2% 수준이다. 장애인 전체의 89.4%가 후천적 장애일 정도로 장애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차이는 있지만 누구도 아무런 장애 없이 평생을 살기란 어렵다.

    장애를 정상에서 벗어난 일탈의 상태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손상(impairment)은 신체적 기능이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상실된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앞을 볼 수 없거나 걸음을 걸을 수 없는 상태다. 장애(disability)는 그 손상에 어떤 사회적 힘이 가해짐으로써 차별과 억압이 시작될 때 발생한다. 

    1961년에 수행된 한국장애아동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유형은 절단, 마비, 맹인, 농아 등 15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이 분류에는 혼혈아와 사생아도 장애로 포함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그 시대 우리나라에 다니엘 헤니나 타이거 우즈가 살았다면 그들 역시 장애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장애는 한 사회의 제도적· 문화적 산물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제도와 문화를 바꾸면 장애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모두가 수어(手語)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라면 듣지 못하는 것이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이 특수교육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는 10만 3000여명으로 전체 유·초·중·고 학생 594만명의 1.7%이다. 이 중 55.9%의 학생이 일반학교 특수학급, 16.9%는 일반학교 일반학급에 재학하고 있으며, 특수학교에는 27.2%가 다니고 있다. 지난 15년간 일반학생은 250만명이 줄었지만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3만명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8%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낙인에 따른 부담, 지원체제 미비 등의 우리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특수학교를 설립할 때 단 한번도 주민들의 반발 없이 세워진 곳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특수교육을 보는 인식수준을 보여준다.

    인식에 비례해서 현행 특수교육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일반학교의 통합교육(mainstreaming)이 물리적 통합에 그쳐 교육과정이나 사회적 통합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래의 취지대로 장애학생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적응교육과 개별화교육을 내실있게 받아야 한다.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특수’와 ‘장애’는 특수교사 업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같은 특수아동의 도전행동이 있을 때 원인을 찾아 해법을 탐구하기보다 특수학급을 장애학생을 수용하는 전일제 분리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학교의 특수교육은 특수교사의 몫이 아니라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몫이다. 장애학생의 개별화교육지원팀에 특수교사 뿐만 아니라 일반교사와 진로교사, 보호자, 관리자가 포함되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편향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투자 역시 절실하다. 특수교육대상자 4명당 특수교사 1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공립학교의 정원확보율은 9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원인력의 충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증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가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또 특수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중도· 중복장애 학생들이 다수 재학하고 있어 특정 장애 유형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 교육과정 다양화와 특성화를 위한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수교육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일반학생이나 국민들의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관리 중심의 장애인 정책을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인간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 장애인들에게는 일회성 사랑과 봉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적인 삶에 도움을 주는 전문가 배치가 필요하다. 장애와 특수교육의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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